어깨동무톡연대와 평화의 미래를 위해 : 어깨동무하는 날까지

* 이 글은 어린이어깨동무 소식지 151호에 실린 글입니다.  

[마음을 잇다] 


서른 살 어깨동무의 다짐

연대와 평화의 미래를 위해 : 어깨동무하는 날까지


1996년에 첫걸음을 내디딘 어린이어깨동무가 벌써 서른 살 청년이 되었습니다. 

남녘 어린이들의 따뜻한 온기를 북녘 어린이들에게 전해주고, 마침내 남과 북의 어린이가 어깨동무하는 날을 바라며 마음을 모아온 지 어느덧 한 세대가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린이어깨동무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넘어 보건, 영양, 교육 등 다방면에서 교류와 협력을 이어왔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육과 실천을 쉼 없이 펼쳐왔습니다.


이 긴 여정 속에서 어린이어깨동무는 인도주의와 평화, 그리고 분단 극복과 통일을 향한 길에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겼다고 자부합니다. 남북의 어린이들이 평양의 지하철과 학교에서 손을 맞잡고 노래하며 춤추던 모습,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을 담아 건넸던 그림과 마음은 분단의 역사에 깊이 새겨진 ‘평화와 통일의 역사’입니다. 지 금도 평양과 남포 등의 병원, 콩우유 공장, 학용품공장 등에는 어린이어깨동무의 발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또한, 어깨동무의 평화 실천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각 학교의 교실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현장에서,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회원 및 시민들과 걷는 길거리 곳곳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어린이어깨동무의 이런 활동은 지난 30년 세월이 남겨 준 소중한 역사입니다. 때로는 벅차고 어려운 고비도 있었지만 우리는 함께 그 길을 헤쳐 왔고, 이제 서른 살이라는 성숙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남들이 쉽게 가지 못한 길을 과감하게 걸으며 크고 작은 성과를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은, 지난 30년의 시간을 든든하게 곁에서 지켜주신 모든 분들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훨씬 더 험난하고, 방향조차 가늠하기 힘든 시련이 될지도 모릅니다. 밖으로는 북측의 ‘적대적 두 국가론’ 등으로 남북 관계 의 미래가 불투명해졌고, 당장의 교류마저 사실상 멈춰선 상태입니다. 국제적으로도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전쟁과 폭력, 갈등으로 인해 극단적인 정치적, 군사적 대립이 강화되고 있습니 다. 우리 사회 내부적으로도 시민사회 운동의 피로감 증대, 재정적 어려움, 활동가들의 재생 산과 활동 여력의 부족 등 여러 난관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 시민사회가 채워야 할 공간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으며, 분쟁의 아픔을 딛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길 원하는 수많은 국제적 평화 단체들과의 연대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길이 비록 험난할지라도, 남북의 연대와 한반도의 평화, 국제적인 평화와 연대의 발걸음은 결코 멈출 수 없습니다. 서른 살이 된 어린이어깨동무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남북 교류와 협력, 한반도 평화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겠습니다. 앞으로 발걸음 은 더 과감하고 세련되게,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창조적인 여정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지금의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국제적인 연대의 폭도 한층 넓고 단단하게 키워가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남북이 단절되어 있지만, 앞으로 남북이 만나야 할 일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큰 꿈에서부터, 당장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 극복, 한반도 녹색 생태계 복원, 그리고 AI가 주도하는 새로운 세상에서 남북의 어린이들이 함께 가꾸어 갈 세상을 위해 남북은 반드시 만나 교류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어린이어깨동무가 꿈꾸는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 남북의 어린이가 어깨동무하는 세상’입니다. 우리는 이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여기에 하나의 길을 더 내어 보려 합니다. 남북의 어린이를 넘어, 전 세계 모든 어린이가 함께 어깨동무하는 길입니다. 당장 남북이 만나기 어렵다면, 세계의 어린이들이 먼저 만나고, 그 따뜻한 연대의 장 속에서 남북의 어린이가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어린이어깨동무는 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캄보디아, 사이프러스, 리투아니아, 콜롬비아, 일본, 미국 등 세계 곳곳의 분쟁 및 분단 사회에서 활동하는 평화 단체들과의 연대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평화의 큰 물결이 될 것입니다. 어른들이 만든 분쟁과 분단 구조의 부조리와 고통 속에서 어린이들을 단순히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직접 말하고 실천하는 공간을 확장해 나가려 합니다. 이를 통해 어른들 역시 나이와 관계 없이 순수한 ‘어린이 됨’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 대합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이 ‘어린이 됨’을 지키는 것은 어린이어깨동무의 창립 정신이자 정체성의 든든한 뿌리입니다. 


앞으로 어린이어깨동무가 펼쳐갈 실천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복잡하고, 힘든 길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난 30년이 그러했듯, 다가올 30년도 변함없이 굳건한 자세로 나아가겠습니 다. 남과 북, 한반도를 넘어 세계 모든 어린이의 평화로 우리의 지평을 넓혀가겠습니다. 앞으로 30년이 아니라 100년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우리가 걸어갈 그 길 위에, 어린이어깨동무와 뜻을 함께하는 모든 분들이 어깨를 걸고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백 사람, 천 사람, 만 사람의 한 걸음이 하나로 모일 때, 위기는 곧 기회가 되고, 약점은 강점이 되며, 우리의 간절한 꿈은 마침내 현실이 될 것입니다.


모두가 어깨동무하는 그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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