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어 만드는 평화
- 2026 글로벌 청년 평화 포럼 후기-
윤혜원/써니 (어린이어깨동무 인턴 활동가)
세계 각국의 전쟁 뉴스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평화를 말하는 일은 종종 덧없게 느껴진다. 국제 사회가 쌓아 온 평화와 인권의 가치마저 무너져가는 듯한 지금, 각국의 대통령도 다국적 기업의 CEO도 아닌 청년과 해외 활동가가 만나 나누는 이야기에는 어떤 힘이 있을까. 회의와 호기심을 모두 안고 파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 : DMZ 필드워크
평생 한국에서 살았지만, 마음을 내어 파주를 가본 일은 없었다. 그만큼 분단 문제에 무지했고, 북녘 사람들의 삶에도 무관심했다. 첫 방문지인 '오두산 전망대'에서는 그동안 막연한 이미지로만 존재했던 북녘 마을의 모습이 망원경 너머로 펼쳐졌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강물 너머, 밭을 일구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이 있었다. 뒤를 돌면 보이는 남녘의 빽빽한 아파트 숲과 이루는 대조가 기이하리만치 선명했다. 정영철 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 소장님은 한반도 관계가 악화될 때면 북측이 댐 방류를 미리 알리지 않아, 우리 농민이 물살에 휩쓸려 사고를 당한 일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분단의 무게는 군사적 긴장을 넘어 서로의 삶을 상상하고 고려하지 못하게 되어가는 데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서로를 지운 자리에서, 분단과 갈등은 사람들의 삶에 여전히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어 한국 전쟁 당시 전사한 북한군과 중국군, 그리고 전쟁 이후 수습된 북한군의 묘를 조성한 '적군 묘지'로 향했다. 묘지를 찾아주는 이들도 없을 터였고, 묘비의 절반은 이름도 없었다. '적군'이기 전 가족과 친구를 가진 '사람'이었을 이들의 평안을 빌며, 무거운 묵념 속에 헌화했다. 묘지에서 나오는 길, 리투아니아에서 온 Naomi는 자신의 아버지가 한국 전쟁 당시 쓰인 폭탄을 개발하고 평생 깊은 죄책감을 느끼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분단과 전쟁의 상흔은 한국을 넘어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여전한 슬픔과 책임으로 남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필드워크 장소, 파주 임진각에서는 농사로 평화를 짓는 마을 공동체 '평화마을짓자'를 일구신 정진화 선생님이 직접 해설을 해주셨다. 끊어진 채로 남은 임진강 독개다리와 총탄의 흔적이 가득한 증기기관차에는 전쟁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시는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졌고, 청년과 해외 활동가들도 마음을 담아 평화의 종을 함께 울렸다. 종소리가 북녘과 남녘 사람들 모두에게 닿아, 모두가 사랑하는 친구, 가족과 함께 평안한 삶을 보내는 평화가 퍼져 나가기를 진심으로 소원했다.


친구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 : 드로잉 호프 DMZ 개막식
점심 식사 후, 한반도 생태평화종합관광센터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어린이들의 그림 편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임진각에서 열린 드로잉 호프 개막식으로, 경기도 행정2부지사의 환영사, 주한 아일랜드 대사와 천호균 우프코리아 이사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이번 그림전을 준비한 해외 활동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전시를 준비하며 많이 보았던 그림이었다. 그러나 활동가들의 소개를 들으니 보이는 것이 또 달랐다. 자신의 이야기가 바다를 건너 전시된다는 설렘으로 그림을 그렸을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까지 뿌듯했다. 전쟁으로 어머니를 잃은 어린이, 종교 갈등으로 친구와 멀어진 아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아이 등 각자의 사연과 그림은 더 깊이 마음에 남았다. 그림 속에는 단지 '난민'이나 '분쟁 지역 어린이' 같이 범주화된 존재가 아니라, 각자의 일상이 있는 한 어린이의 삶이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다른 나라의 아이를 자연스럽게 '친구'라고 적었다. 언젠가 꼭 같이 만나서 놀자는 말에는 국적도, 분단도, 전쟁도 없었다. 상대를 친구로, 또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상상하는 마음. 강 건너의 본 적 없는 사람을 친구로 상상할 수 있다면, 그의 평안을 바라는 일은 자연스러워진다. 평화는 어쩌면 그 상상력에서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우리도 조금씩 친구가 되어갔다. 북아일랜드에서 온 Donovan이 준비해 준 재치 있는 레크리에이션으로 함께 웃고, 서로의 언어로 퀴즈를 내고, 준비한 선물을 주고받았다. 어색함은 잠시, 자연스럽게 오늘 느낀 마음과 소감을 이야기했다. 그중에서도 일본에서 온 성금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어린이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도 어린이였고, 지금도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라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나 자신을 돌보고, 서로를 돌보면서 이 일을 오래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어린이를 지켜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 안의 어린이다움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자, 친구를 아끼는 일, 그렇게 함으로써 평화를 짓는 일일 것이다.


작은 벌새의 날갯짓으로 이어지는 평화
다음 날은 혜화동의 어깨동무 사무실로 이동해 대화를 이어갔다. 1층 강의실에서 활동가들은 자신의 단체가 평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이어오고 있는지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청년 리더를 키워 팔레스타인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Seeds', 캄보디아 전쟁의 역사와 평화의 가치를 전하는 'Cambodia Peace Gallery', 북아일랜드의 갈등을 청년 프로그램으로 풀어가고 있는 'R-City', 콜롬비아 미혼모 소녀들과 그 아이들을 돕는 'El Nido',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으로 고향을 떠난 아이들을 돕는 'Kooyrigs', 오사카 청년들이 모여 식민 지배의 역사와 제주 4·3 사건을 성찰하는 '제주 4·3을 기억하는 모임'까지. 물론 어린이어깨동무가 이어 온 평화교육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 당장의 변화를 보지 못해도 옳은 일을 택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품에서 평화를 꿈꾸는 새로운 세대가 자라나고 있었다. 교육을 통해 평화를 상상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성장할 때, 평화를 만들어가는 힘 역시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청년과 해외 활동가들이 함께 나눈 모둠 대화는 예상하지 못한 눈물로 가득했다. 누군가는 인종차별의 경험을, 누군가는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과정에서 마주했던 외로움을 이야기했다. 팔레스타인에서 온 Tasame는 세상에는 상처를 주는 사람만큼이나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오늘의 시간이 자신의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던 시선을 넓혀주었다는 말을 남겼다. 진심으로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이곳에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함과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두가 온 마음으로 서로에게 열려 진심 어린 위로와 공감을 나누었고, 함께 둥글게 앉아 눈을 감았던 순간들은 그 자체로 오래 남을 평화의 순간이었다.
미국에서 온 Sue가 들려 준 벌새 이야기로 글을 마치고 싶다. 큰 산에 불이 났을 때 곰도 여우도 다람쥐도 모두 피했지만, 가장 작은 벌새가 물을 나르기 시작했고, 다른 동물도 하나둘 따라나서 결국 큰 산불을 끌 수 있었다는 이야기. 이곳에 모인 청년과 평화 활동가들은 저마다의 벌새였다. 이번 만남은 평화가 거대한 국제 정치의 의제만이 아니라, 서로를 적이 아닌 사람으로 바라보고, 낯선 이를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상상력을 잃지 않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느끼게 했다. 그리고 벌새들이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날아갈 힘을 얻는 시간이기도 했다.
대통령도 CEO도 아닌 사람들이 모여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으며 버스에 올랐다. 이제는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가 혼자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고 확실한 일이라고. 오늘도 친구들의 날갯짓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번에 만난 친구들이 살아가는 곳의 전쟁과 폭력에 더 많이 귀 기울이고, 평화를 향한 일상의 실천을 이어가는 한 마리의 벌새로 살아가고 싶다.

친구가 되어 만드는 평화
- 2026 글로벌 청년 평화 포럼 후기-
윤혜원/써니 (어린이어깨동무 인턴 활동가)
세계 각국의 전쟁 뉴스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평화를 말하는 일은 종종 덧없게 느껴진다. 국제 사회가 쌓아 온 평화와 인권의 가치마저 무너져가는 듯한 지금, 각국의 대통령도 다국적 기업의 CEO도 아닌 청년과 해외 활동가가 만나 나누는 이야기에는 어떤 힘이 있을까. 회의와 호기심을 모두 안고 파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 : DMZ 필드워크
평생 한국에서 살았지만, 마음을 내어 파주를 가본 일은 없었다. 그만큼 분단 문제에 무지했고, 북녘 사람들의 삶에도 무관심했다. 첫 방문지인 '오두산 전망대'에서는 그동안 막연한 이미지로만 존재했던 북녘 마을의 모습이 망원경 너머로 펼쳐졌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강물 너머, 밭을 일구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이 있었다. 뒤를 돌면 보이는 남녘의 빽빽한 아파트 숲과 이루는 대조가 기이하리만치 선명했다. 정영철 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 소장님은 한반도 관계가 악화될 때면 북측이 댐 방류를 미리 알리지 않아, 우리 농민이 물살에 휩쓸려 사고를 당한 일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분단의 무게는 군사적 긴장을 넘어 서로의 삶을 상상하고 고려하지 못하게 되어가는 데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서로를 지운 자리에서, 분단과 갈등은 사람들의 삶에 여전히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어 한국 전쟁 당시 전사한 북한군과 중국군, 그리고 전쟁 이후 수습된 북한군의 묘를 조성한 '적군 묘지'로 향했다. 묘지를 찾아주는 이들도 없을 터였고, 묘비의 절반은 이름도 없었다. '적군'이기 전 가족과 친구를 가진 '사람'이었을 이들의 평안을 빌며, 무거운 묵념 속에 헌화했다. 묘지에서 나오는 길, 리투아니아에서 온 Naomi는 자신의 아버지가 한국 전쟁 당시 쓰인 폭탄을 개발하고 평생 깊은 죄책감을 느끼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분단과 전쟁의 상흔은 한국을 넘어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여전한 슬픔과 책임으로 남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필드워크 장소, 파주 임진각에서는 농사로 평화를 짓는 마을 공동체 '평화마을짓자'를 일구신 정진화 선생님이 직접 해설을 해주셨다. 끊어진 채로 남은 임진강 독개다리와 총탄의 흔적이 가득한 증기기관차에는 전쟁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시는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졌고, 청년과 해외 활동가들도 마음을 담아 평화의 종을 함께 울렸다. 종소리가 북녘과 남녘 사람들 모두에게 닿아, 모두가 사랑하는 친구, 가족과 함께 평안한 삶을 보내는 평화가 퍼져 나가기를 진심으로 소원했다.
친구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 : 드로잉 호프 DMZ 개막식
점심 식사 후, 한반도 생태평화종합관광센터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어린이들의 그림 편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임진각에서 열린 드로잉 호프 개막식으로, 경기도 행정2부지사의 환영사, 주한 아일랜드 대사와 천호균 우프코리아 이사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이번 그림전을 준비한 해외 활동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전시를 준비하며 많이 보았던 그림이었다. 그러나 활동가들의 소개를 들으니 보이는 것이 또 달랐다. 자신의 이야기가 바다를 건너 전시된다는 설렘으로 그림을 그렸을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까지 뿌듯했다. 전쟁으로 어머니를 잃은 어린이, 종교 갈등으로 친구와 멀어진 아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아이 등 각자의 사연과 그림은 더 깊이 마음에 남았다. 그림 속에는 단지 '난민'이나 '분쟁 지역 어린이' 같이 범주화된 존재가 아니라, 각자의 일상이 있는 한 어린이의 삶이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다른 나라의 아이를 자연스럽게 '친구'라고 적었다. 언젠가 꼭 같이 만나서 놀자는 말에는 국적도, 분단도, 전쟁도 없었다. 상대를 친구로, 또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상상하는 마음. 강 건너의 본 적 없는 사람을 친구로 상상할 수 있다면, 그의 평안을 바라는 일은 자연스러워진다. 평화는 어쩌면 그 상상력에서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우리도 조금씩 친구가 되어갔다. 북아일랜드에서 온 Donovan이 준비해 준 재치 있는 레크리에이션으로 함께 웃고, 서로의 언어로 퀴즈를 내고, 준비한 선물을 주고받았다. 어색함은 잠시, 자연스럽게 오늘 느낀 마음과 소감을 이야기했다. 그중에서도 일본에서 온 성금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어린이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도 어린이였고, 지금도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라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나 자신을 돌보고, 서로를 돌보면서 이 일을 오래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어린이를 지켜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 안의 어린이다움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자, 친구를 아끼는 일, 그렇게 함으로써 평화를 짓는 일일 것이다.
작은 벌새의 날갯짓으로 이어지는 평화
다음 날은 혜화동의 어깨동무 사무실로 이동해 대화를 이어갔다. 1층 강의실에서 활동가들은 자신의 단체가 평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이어오고 있는지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청년 리더를 키워 팔레스타인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Seeds', 캄보디아 전쟁의 역사와 평화의 가치를 전하는 'Cambodia Peace Gallery', 북아일랜드의 갈등을 청년 프로그램으로 풀어가고 있는 'R-City', 콜롬비아 미혼모 소녀들과 그 아이들을 돕는 'El Nido',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으로 고향을 떠난 아이들을 돕는 'Kooyrigs', 오사카 청년들이 모여 식민 지배의 역사와 제주 4·3 사건을 성찰하는 '제주 4·3을 기억하는 모임'까지. 물론 어린이어깨동무가 이어 온 평화교육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 당장의 변화를 보지 못해도 옳은 일을 택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품에서 평화를 꿈꾸는 새로운 세대가 자라나고 있었다. 교육을 통해 평화를 상상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성장할 때, 평화를 만들어가는 힘 역시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청년과 해외 활동가들이 함께 나눈 모둠 대화는 예상하지 못한 눈물로 가득했다. 누군가는 인종차별의 경험을, 누군가는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과정에서 마주했던 외로움을 이야기했다. 팔레스타인에서 온 Tasame는 세상에는 상처를 주는 사람만큼이나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오늘의 시간이 자신의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던 시선을 넓혀주었다는 말을 남겼다. 진심으로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이곳에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함과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두가 온 마음으로 서로에게 열려 진심 어린 위로와 공감을 나누었고, 함께 둥글게 앉아 눈을 감았던 순간들은 그 자체로 오래 남을 평화의 순간이었다.
미국에서 온 Sue가 들려 준 벌새 이야기로 글을 마치고 싶다. 큰 산에 불이 났을 때 곰도 여우도 다람쥐도 모두 피했지만, 가장 작은 벌새가 물을 나르기 시작했고, 다른 동물도 하나둘 따라나서 결국 큰 산불을 끌 수 있었다는 이야기. 이곳에 모인 청년과 평화 활동가들은 저마다의 벌새였다. 이번 만남은 평화가 거대한 국제 정치의 의제만이 아니라, 서로를 적이 아닌 사람으로 바라보고, 낯선 이를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상상력을 잃지 않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느끼게 했다. 그리고 벌새들이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날아갈 힘을 얻는 시간이기도 했다.
대통령도 CEO도 아닌 사람들이 모여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으며 버스에 올랐다. 이제는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가 혼자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고 확실한 일이라고. 오늘도 친구들의 날갯짓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번에 만난 친구들이 살아가는 곳의 전쟁과 폭력에 더 많이 귀 기울이고, 평화를 향한 일상의 실천을 이어가는 한 마리의 벌새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