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톡[인터뷰] 항상 희망을 꽃피우고 가꿔나가야

* 이 인터뷰는 소식지 135호 '만나야 평화'에 게재되었습니다. 


항상 희망을 꽃피우고 가꿔나가야

 

김동진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 ISE 평화화해학 시니어 리서치 펠로우/ 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 부소장

 

김동진 부소장은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평화연구와 평화학 강의를 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교육 국제포럼, 아일랜드 평화활동가 교류, 청소년 국제교류 등 국제 평화교육 연대활동에서 큰 역할을 해온 김동진 부소장을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1. 현재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어떤 연구활동을 하시는지요.


저는 지금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Trinity College Dublin) 평화학과에서, ISE 평화화해학 시니어 리서치 펠로우(ISE senior research fellow in peace and reconciliation studies)로 있습니다. 평화학 개론, 평화구축과 개발협력, 국제협상 중재와 평화, 갈등 이해론 등 강의와 석박사 논문지도를 하며, 한반도 평화구축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특히 인도적 지원, 개발협력 활동과 평화구축의 관계, 시민사회의 평화구축을 위한 노력 등에 대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아일랜드에 있는 만큼, 아일랜드와 한반도의 평화구축과 평화 프로세스 과정을 비교하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2. 어린이어깨동무가 평화교육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 한국사회에서 평화학은 낯선 학문입니다. 어떤 계기로 평화학 공부를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군대에서 군종장교로 일했던 경험이 컸습니다. 그전까지 보이지 않던 분단이 제 현실이 된 것이죠. 남북 분단의 현실이 아니었다면, 청년들이 이렇게까지 있어야 할까?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상대를 미워해야 하는 상황이 모순적이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싶어 알아보던 와중에 ‘평화학’을 알게 되었고, 책을 읽고 석사 공부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박사 때는 북한학을 공부했습니다. 평화학은 평화를 좀 더 알아보고 싶었던 것에서 시작했는데, 북한학을 공부한 친구가 북한을 모르고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래서 평화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북한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공부하게 된 것이죠.

 

3. 지금 하시는 아일랜드 평화 프로세스와 한국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비교 연구가 어린이어깨동무 회원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 내용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반도와 아일랜드의 역사적인 맥락이나 분단의 구조적인 부분은 다릅니다. 아일랜드는 영국 식민경험 속에서 아일랜드라는 독립통일국가를 원하는 사람과 영국 체제에 남기를 원하는 사람들 사이의 분쟁이었습니다. 그리고 분단이 아일랜드 남북의 분단도 있고, 북아일랜드 내부의 분단, 아일랜드와 영국의 갈등 문제도 있는 것이고요.

제가 처음 아일랜드에 온 것이 2015년이었습니다. 그때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어려운 시기였죠. 5.24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남북교류가 중단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왕래가 활발했었습니다. 남북교류가 중단된 시간이 계속 길어지다 보니 저는 평화 프로세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다른 분쟁지역에서는 어떻게 평화구축 활동을 진행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지 보고자 아일랜드로 온 것이죠.

그런데 막상 아일랜드에 와서 공부해보니, 아일랜드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기보다는 아일랜드를 보면서 한반도의 분단 현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더블린에서 벨파스트로 기차를 타고 올라갈 때는 어린이어깨동무와 평양을 방문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20년 전 평화협정 이전까지는 남북아일랜드도 왕래가 이렇게 자유롭지 않았으니까요. 북아일랜드 평화활동가분들과 대화를 나눴을 때는 다른 상황 속에서 경험한 내용이지만 서로 영감을 얻고 통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제가 아일랜드에 온 이후로 정부, 지자체, 민간단체 등에서 한국에서 200명이 넘는 분들이 아일랜드를 방문했습니다. 아일랜드 상황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성찰하고 새로운 상상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아일랜드 평화 활동가도 한국에 방문했을 때,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 활동하는 한국 시민사회 활동에 대해 감명을 받았고, 한반도의 DMZ를 보면서 자신들의 과거 군사분계선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남북아일랜드 사이에 국경이 생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한국 시민사회의 경험이 아일랜드에도 중요한 경험이 된 것이죠. 이러한 한국-아일랜드 교류활동을 보며, 단순히 한 방향으로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만나 서로 다른 상황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새로운 상상력을 가지게 되는 상호 역량 강화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4. 평화교육 교사연수, 청소년 국제교류, 한반도 평화교육 국제포럼까지 김동진 박사님과 함께 다양한 국제 평화교육 연대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다른 지역(국가)의 단체와 활동가들의 연대활동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평화 프로세스와 평화구축 활동이 서구 자유주의 모델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지역 주도로 그 지역의 분쟁 현실에 맞게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역에서 분쟁 현실에 계속 있다 보면, 새로운 상상을 하기 어렵습니다. 동시대의 다른 분쟁지역과 평화 프로세스를 만날 때, 자신의 현실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비판적 성찰의 공간을 확장해나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의 지역을 방문하고 연대를 하는 것은 그 서로에 대한 격려와 지지, 그리고 희망의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최근에 어린이어깨동무와 교류하고 있는 알시티 벨파스트의 청년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이 친구들이 꼭 한국에 와서 어린이어깨동무 캠프에 참여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그 친구들도 연대활동을 통해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서 앞으로의 본인들의 활동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린이어깨동무와 만난 다른 지역의 활동가들이 계속 교류를 이어나갈 수 있는 이유도 이런 연장선에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전 세계 평화를 위해서만 같이 일하자는 것이 아니거든요. 서로 다른 분단 현실에서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과 연대 활동에서 나오는 새로운 비판적 성찰 공간의 창출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International Affairs’ 에 게재된 김동진 부소장의 논문(원문보기)


5. 최근에 국제관계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인 ‘International Affairs’에 부소장의 논문이 게재확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논문 제목이 ‘코로나19 시기 글로벌 보건 외교와 북한(Global Health Diplomacy and North Korea in the Covid-19 Era)’인데, 논문과 관련해서 나누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감사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북한의 코로나 정책 및 국제사회 대북제재 조치의 여파로 모든 국제기구가 북한에서 철수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코로나 백신에 대한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하면, 남북협력이 재개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국제백신공급체인 코백스에서 북한 백신 지원 절차를 시작했지만, 아직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제 논문의 주요 주장은 이전까지 자선, 구호활동으로 여겨졌던 인도적 지원 활동이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는 심지어 분쟁 상황에 있는 국가라 하더라도 서로 보건협력활동을 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 외교활동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코로나19 변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WHO(국제보건기구)에서는 모두가 안전하기 전에는 우리도 안전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북한에 대한 백신 지원은 단순한 구호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불공정한 백신의 분배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연대 책임 차원에서 하는 활동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국제적인 책임 차원의 협력활동이라면 대화에 나설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도 이전까지는 코로나 백신을 한동안 확보하지 못했고, 다른 나라들도 자국 이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죠. 시민사회에서도 백신 지원에 대해서 크게 이야기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이야기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아요. 인도적 지원을 넘어서 글로벌 책임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신뿐만 아니라 식량, 자원 등 세계의 불평등과 한반도 갈등과 분단 현실로 인해서 북한 주민들이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죠.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데 있어서의 남북협력 활동이라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통일을 지향하는 한반도 국가이익의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한반도 분단 현실에서 어쩌면 가장 핵심적 부분이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필수적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6. 마지막 질문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전히 북녘 어린이들과 한반도 평화교육을 생각하고 있는 어린이어깨동무 회원들에게 한말씀을 전해주세요.

 

열심히 활동하는 평화활동가분들을 만나면, 간혹 많이 지쳐 있을 때가 있어요. 활동해도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고, 더 후퇴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평화 프로세스의 지속 가능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는 희망인 것 같아요. 늘 희망을 꽃피우고 유지하지 않으면, 분단과 분쟁의 현실 속에서 평화로운 삶을 만들지 못하고 구조에 순응해버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사회는 더 폭력적으로 변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교류하고 연대하며 희망을 전략적으로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평화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평화교육 활동을 하는 친구가 아이들이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너무 많이 알면, 역효과로 눈과 귀를 닫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알면 알수록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되니까요. 하루를 어떻게든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상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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