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글은 소식지 145호 '한반도 평화 톺아보기'에 게재되었습니다.
전환을 위한 새로운 시도
최혜경(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
지난 9월 12일, 윤석열 정부가 ‘8·15 통일 독트린’을 제안한 배경과 주요 내용을 살피고, 통일 독트린이 향후 남북교류협력과 대북 인도적 지원 나아가 한반도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전망하는 <국회-시민사회 토론회, 윤석열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통일 독트린’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파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통일 독트린’의 생명력은 없고, 관심가질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무관심과 별개로 정부는 ‘통일 독트린’에 따라 남북관계 관련 정책과 주요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토론회 발표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향후 어린이어깨동무가 이어가야 할 고민과 실천의 지점을 다뤄본다. |
토론회는 “윤석열 정부의 통일 독트린 내용과 의미”를 주제로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와 “통일 독트린이 남북교류협력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제언”을 주제로 어린이어깨동무 이사인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정일영교수는 ‘통일 독트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통일 독트린의 내용과 의미를 평가했다. 정교수는 ‘통일 독트린’이 한반도 통일환경의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면서 국민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 통일방안 논의에서 국민 의견이 수렴되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통일 추진 전략을 국내, 북한, 국제 세 영역으로 구분하여 구상한 것은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남북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한국 체제에 의한 통일 즉 흡수통일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말했다. 이어 정교수는 국내외적으로 한반도 통일환경이 크게 변화하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한반도 평화, 남북관계 회복, 통일 비전 논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대화를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경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의 3·1절 경축사와 세 번의 8·15 경축사 내용분석을 토대로 ‘통일 독트린’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과거사에 대한 언급 없이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만을 강조했던 2023년 3·1절 경축사에 이어 2023년 8·15 경축사에서는 자유주의 진영(한·미·일·NATO) 대 전체주의, 공산주의(북한)의 대결 구도를 강조했고, 2024년 3·1절 경축사에는 북한이 존재하는 한 독립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논리 구조로 ‘적’인 북한의 섬멸을 통한 통일을 강조했다. 2024년 8·15 경축사에는 ‘자유가 박탈된 동토의 왕국,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북녘땅으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확장’ 될 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 선언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경축사 내용분석을 통해 김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국내 정치 활동에 대한 부정 여론 강화, 지지율 악화 등을 경험하면서 ‘적’과 ‘우리’라는 이분법 강화, ‘적’을 상정한 ‘자유’를 강조하는 현상으로 정책이 왜곡되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김교수는 남북 당국이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나, 사실은 남북 모두 적대감을 기반에 둔 국내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교류협력이 상당 기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김교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장기적 비전과 전략이 요구된다”고 언급하면서, “남북교류협력 시기에 등장했던 통일· 평화 담론과 운동 전략을 남북 사이에 존재하는 ‘적대성’ 관리에 목적을 둔 담론과 운동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으로는 △남한 내 평화 감수성 확대를 위한 평화교육 △남한 내 분단 폐해를 재생산하는 제도 개혁을 위한 노력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축 및 군비통제 운동 강화 등을 제시했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윤석열 정부의 ‘통일 독트린’은 군사적 긴장 완화부터 평화공존 문화 확산과 남북관계 미래에 대한 국민적 합의 마련까지 어린이어깨동무(이하 어깨동무)가 펼쳐야 하는 활동에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남북의 정치세력이 ‘적대적 긴장 관계’를 활용하면서 한반도에 군사적 위기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활동과 한반도 갈등과 군사적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최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다양한 연대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어깨동무의 활동도 회원들과의 적극적인 공유와 소통으로 공감대를 확산하고, 회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모색이 필요하다.
긴장 관계 해소와 더불어 시민단체의 중요 역할 중 하나는 평화적 공존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깨동무는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어린이들의 희망을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구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확산하는 ‘드로잉 호프’와 남북한의 평화적 교류, 협력의 경험을 공유하는 학교 평화교육, 평화문화제를 통해 시민, 어린이들과 평화공존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있다. 어깨동무는 설립 이후 최근까지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가장 실천적인 활동을 지속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급속하게 변화하는 한반도 평화, 통일 환경을 고려할 때, 한반도 평화공존 문화 확산을 위해서 어깨동무처럼 남북 교류 협력 경험이 있는 단체만이 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활동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것이 어깨동무의 새로운 과제 중 하나이다.
더 나아가 남북관계 미래를 어떻게 설정,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공론장을 마련하는 것도 어깨동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의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 통일 등의 논의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논의 참여자들의 주체성을 보장하면서 시민들이 ‘남북관계 미래’를 만드는 장이 필요하다. 먼저 어깨동무 회원들과 남북관계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를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남북한 평화공존(의 상)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남북한이 특수한 관계를 넘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교류와 협력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어깨동무의 과제이다.
어깨동무는 다음 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 더 평화로운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해 많은 준비와 실천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전환을 위한 창의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위기가 전환의 기회이고,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시민사회 토론회, 윤석열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 어떻게 볼 것인가?> 자료집 보기
* 이 글은 소식지 145호 '한반도 평화 톺아보기'에 게재되었습니다.
전환을 위한 새로운 시도
최혜경(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
지난 9월 12일, 윤석열 정부가 ‘8·15 통일 독트린’을 제안한 배경과 주요 내용을 살피고, 통일 독트린이 향후 남북교류협력과 대북 인도적 지원 나아가 한반도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전망하는 <국회-시민사회 토론회, 윤석열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통일 독트린’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파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통일 독트린’의 생명력은 없고, 관심가질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무관심과 별개로 정부는 ‘통일 독트린’에 따라 남북관계 관련 정책과 주요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토론회 발표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향후 어린이어깨동무가 이어가야 할 고민과 실천의 지점을 다뤄본다.
토론회는 “윤석열 정부의 통일 독트린 내용과 의미”를 주제로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와 “통일 독트린이 남북교류협력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제언”을 주제로 어린이어깨동무 이사인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정일영교수는 ‘통일 독트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통일 독트린의 내용과 의미를 평가했다. 정교수는 ‘통일 독트린’이 한반도 통일환경의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면서 국민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 통일방안 논의에서 국민 의견이 수렴되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통일 추진 전략을 국내, 북한, 국제 세 영역으로 구분하여 구상한 것은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남북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한국 체제에 의한 통일 즉 흡수통일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말했다. 이어 정교수는 국내외적으로 한반도 통일환경이 크게 변화하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한반도 평화, 남북관계 회복, 통일 비전 논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대화를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경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의 3·1절 경축사와 세 번의 8·15 경축사 내용분석을 토대로 ‘통일 독트린’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과거사에 대한 언급 없이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만을 강조했던 2023년 3·1절 경축사에 이어 2023년 8·15 경축사에서는 자유주의 진영(한·미·일·NATO) 대 전체주의, 공산주의(북한)의 대결 구도를 강조했고, 2024년 3·1절 경축사에는 북한이 존재하는 한 독립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논리 구조로 ‘적’인 북한의 섬멸을 통한 통일을 강조했다. 2024년 8·15 경축사에는 ‘자유가 박탈된 동토의 왕국,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북녘땅으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확장’ 될 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 선언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경축사 내용분석을 통해 김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국내 정치 활동에 대한 부정 여론 강화, 지지율 악화 등을 경험하면서 ‘적’과 ‘우리’라는 이분법 강화, ‘적’을 상정한 ‘자유’를 강조하는 현상으로 정책이 왜곡되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김교수는 남북 당국이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나, 사실은 남북 모두 적대감을 기반에 둔 국내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교류협력이 상당 기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김교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장기적 비전과 전략이 요구된다”고 언급하면서, “남북교류협력 시기에 등장했던 통일· 평화 담론과 운동 전략을 남북 사이에 존재하는 ‘적대성’ 관리에 목적을 둔 담론과 운동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으로는 △남한 내 평화 감수성 확대를 위한 평화교육 △남한 내 분단 폐해를 재생산하는 제도 개혁을 위한 노력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축 및 군비통제 운동 강화 등을 제시했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윤석열 정부의 ‘통일 독트린’은 군사적 긴장 완화부터 평화공존 문화 확산과 남북관계 미래에 대한 국민적 합의 마련까지 어린이어깨동무(이하 어깨동무)가 펼쳐야 하는 활동에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남북의 정치세력이 ‘적대적 긴장 관계’를 활용하면서 한반도에 군사적 위기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활동과 한반도 갈등과 군사적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최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다양한 연대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어깨동무의 활동도 회원들과의 적극적인 공유와 소통으로 공감대를 확산하고, 회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모색이 필요하다.
긴장 관계 해소와 더불어 시민단체의 중요 역할 중 하나는 평화적 공존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깨동무는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어린이들의 희망을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구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확산하는 ‘드로잉 호프’와 남북한의 평화적 교류, 협력의 경험을 공유하는 학교 평화교육, 평화문화제를 통해 시민, 어린이들과 평화공존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있다. 어깨동무는 설립 이후 최근까지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가장 실천적인 활동을 지속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급속하게 변화하는 한반도 평화, 통일 환경을 고려할 때, 한반도 평화공존 문화 확산을 위해서 어깨동무처럼 남북 교류 협력 경험이 있는 단체만이 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활동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것이 어깨동무의 새로운 과제 중 하나이다.
더 나아가 남북관계 미래를 어떻게 설정,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공론장을 마련하는 것도 어깨동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의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 통일 등의 논의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논의 참여자들의 주체성을 보장하면서 시민들이 ‘남북관계 미래’를 만드는 장이 필요하다. 먼저 어깨동무 회원들과 남북관계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를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남북한 평화공존(의 상)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남북한이 특수한 관계를 넘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교류와 협력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어깨동무의 과제이다.
어깨동무는 다음 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 더 평화로운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해 많은 준비와 실천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전환을 위한 창의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위기가 전환의 기회이고,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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