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지원/협력북한주민접촉 차단에 대한 비판적 진단

* 이 글은 소식지 148호 '한반도 평화 톺아보기'에 게재되었습니다.


북한주민접촉 차단에 대한 비판적 진단

 

함보현(법률사무소 생명 변호사)

 

“귀 단체가 제출한 북한주민접촉 신고에 대해 검토한 결과, 현 남북관계 상황 등을 고려하여 수리가 불가함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정권에서 많은 남북협력 민간단체들이 북한주민접촉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통일부로부터 번번이 위와 같은 회신을 받았다. 2024년 8월 예외적으로 대북 수해지원을 위한 일부 간접접촉을 허용했지만 원칙적으로 불허 입장을 고수했다. 그것이 인도주의 차원의 목적이건, 직접 대면이 아닌 간접접촉(전화나 서신 등을 이용한 비대면 접촉)이건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행위인 ‘접촉’을 ‘현 남북관계 상황’이라는 극히 추상적인 이유로 틀어막는 처분이 법적으로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은 남한의 주민이 북한의 주민을 접촉하려면 통일부장관에게 미리 신고해야 한다면서(제9조의2 제1항), 통일부장관은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접촉 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같은 조 제3항). 과거에는 북한주민접촉에 대해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하다가 2005년 법 개정을 통하여 신고제로 변경한 것 이다. 주민접촉 신고에 대하여까지 과도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은 두고라도, 접촉 신고 관련하여 통일부장관에게 부여된 재량권도 일정한 한계 안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첫째, 법률 규정상 한계가 있다. 앞서 보았듯 통일부장관은 접촉 신고에 대하여 ①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 ②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 비록 접촉 신고에 대하여 통일부장관에게 수리 여부를 판단할 재량권을 부여했지만, 법 규정 어디에도 ‘현 남북관계 상황’이라는 사유는 찾아볼 수 없다.

 

둘째, 재량권 자체의 한계가 있다. 재량행위 역시 사법심사의 대상으로서 사실오인, 비례의 원칙 위반, 평등의 원칙 위반, 이익형량의 해태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일탈·남용으로 취소될 수 있다. 북한주민접속 신청을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개정한 것에 대해 행정법원은“남북 간 민간교류에 있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민간단체의 주도적 활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접촉 신고 수리거부 취소소송에서는 “북한이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접촉 신고 수리는 제반 상황을 고려하여 정책적으로 행해지는 것이라며 통일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러한 판단에는 남북한 간 왕래가 북한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저해할 위험이 상존한다는 반목과 불온의 논리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교류와 협력을 모색하는 가장 기초 단계인 접촉행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더욱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북한주민접촉 수리 시북한주민접촉 결과보고서 제출 등의 조건을 붙이거나 유효기간을 정하여 수리할 수 있다(제9조의2 제4항). 같은 법 시행령에서는 보고서 제출 외에도 ①접촉 목적, 접촉 대상자 및 접촉 방법 등의 제한 또는 변경 ②그 밖에 남북 교류·협력의 촉진 및 질서유지를 위하여 통일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의 조건을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6조 제5항). 이렇듯 다른 제한을 두고 수리처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단순 수리거부 처분을 남발하고 있다.

 

이러한 비례의 원칙과 함께, 남북 주민 간 접촉행위를 대북 전단 살포행위에 견줘볼 때 형평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알다시피, 헌법재판소는 「남북관계 발전 에 관한 법률」의 전단 살포 금지 및 처벌과 관련한 조항에 대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일방적인 의사의 전달이나 주장일 뿐인 전단 살포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보호받는 데, 남북한 교류와 협력을 위한 상호 의사소통인 접촉이 그보다 경시되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남북 간 교류·협력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는 데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인식 하에’ 이를 긍정적으로 보장하려는 의도에서 남북교류협력법이 제정되지 않았던가(대법원 1999. 7. 23 선고 98두14525 판결 참조).

 

새 정부에서도 ‘현 남북관계 상황’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접촉을 차단하려는 태도를 유지한다면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 할 것이다. 앞서 당국은 “남북관계 상황이 개선된다면 조금 더 전향적인 방향으로 조치를 취할 계획”을 밝혔다. 오히려 접촉을 위시한 교류·협력을 촉진하고 지원함으로써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타개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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