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어깨동무 30주년을 맞이하며 3
우리가 이어온 마음, 이어갈 마음
김수연(어린이어깨동무 회원)

“얘들아, 여기 봐! 하나, 둘, 셋!”
어린이어깨동무 30주년 기념식 행사장 앞, 평양어깨동무어린이병원 그림 앞에서 두 아이의 사진을 찍었다. 환하게 웃으며 ‘안녕 친구야’ 팻말을 들고 서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우면서도 뭉클했다. 20여 년 전, 열음이로 처음 어린이어깨동무를 만났던 나는 오늘의 이 장면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30주년 기념식은 어깨동무와 내가 함께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대학생 열음이로 활동했던 사회자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마치 내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열음이로 활동하며 북녘에는 ‘적’이나 ‘나와 관계없는 존재’가 아니라 ‘친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지금은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지만, 그곳에도 나처럼 만화를 좋아하고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깨달음은 내 세계를 한층 넓혀주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까지도 후원회원으로서 어린이어깨동무를 응원하는 힘이 되고 있다.
이어진 30년 활동 영상은 반갑고, 그립고, 뜨거웠던 시간을 다시 불러냈다. 영상 속 얼굴들을 기념식장 곳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 더욱 반가웠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피곤한 줄도 모르고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던 어린이평화캠프, 남과 북, 동아시아 아이들이 그림으로 만났던 평화그림전, 남과 북이 함께 힘을 모아 세운 평양어깨동무어린이병원 개원식까지 모든 순간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첫인상처럼 튼튼하고 밝았던 평양어깨동무어린이병원은 지금도 잘 있을지,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만났던 남과 북의 아이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영상이 끝난 뒤에도 그 이후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궁금했다. 아마 나만의 마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후원회원으로서 함께했던 2004년 방북은 어린이어깨동무가 지향하는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새겨준 경험이었다. 그곳에는 정말 ‘우리 아이들’이 있었고, 남과 북의 아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금세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교류와 협력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꼈고, 그 안에서 어린이어깨동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 무엇보다 회원들의 꾸준한 후원과 응원, 활동가들의 열정과 헌신이 어린이어깨동무를 단단히 지탱하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지금 남북 관계는 어느 때보다 멀어져 있고, 누구도 앞날을 쉽게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30주년 기념식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얼굴은 앞으로의 30년을 기대하게 했다. 오랜 시간 사무국을 지켜온 활동가들, 변함없이 후원을 이어온 회원들, 어린이어깨동무의 뜻에 공감하고 함께하는 여러 단체가 있기에 어깨동무라는 나무는 앞으로도 더 깊이 뿌리내리고 단단하게 자라날 것이라 믿는다.
기념식 마지막 순서에서 들은 어린이 회원의 이야기는 오래 마음에 남았다. 평양에서 <드로잉 호프> 전시가 열리면 북녘의 친구들을 직접 만나 인사하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그곳에는 친구가 있고, 함께 만나 놀고 싶다는 그 순수한 바람 속에 어깨동무 회원 모두가 품고 있는 '만남'의 꿈이 담겨 있다고 느꼈다.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던 아이들이 그림으로 먼저 만났고, 마침내 직접 만나기도 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그렇게 작은 실천을 차곡차곡 쌓아 꿈을 현실로 만들어왔다. 다시 만날 날을 차분히 준비하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30년 역시 그런 희망으로 채워질 것이라 기대한다.
멀지 않은 날 평양에서 <드로잉 호프> 전시가 열리기를 바란다. 오늘 함께했던 두 아이가 그곳에서 북녘 친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아빠가 힘을 보탠 평양어깨동무어린이병원을 함께 찾아가 변함없이 든든한 모습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30년 전 누군가가 품었던 작은 희망이 오늘의 어린이어깨동무를 만들었듯, 오늘 우리가 함께 품은 희망이 또 다른 30년을 만들어갈 것이라 믿는다.
#어린이어깨동무 30주년을 맞이하며 3
우리가 이어온 마음, 이어갈 마음
김수연(어린이어깨동무 회원)
“얘들아, 여기 봐! 하나, 둘, 셋!”
어린이어깨동무 30주년 기념식 행사장 앞, 평양어깨동무어린이병원 그림 앞에서 두 아이의 사진을 찍었다. 환하게 웃으며 ‘안녕 친구야’ 팻말을 들고 서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우면서도 뭉클했다. 20여 년 전, 열음이로 처음 어린이어깨동무를 만났던 나는 오늘의 이 장면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30주년 기념식은 어깨동무와 내가 함께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대학생 열음이로 활동했던 사회자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마치 내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열음이로 활동하며 북녘에는 ‘적’이나 ‘나와 관계없는 존재’가 아니라 ‘친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지금은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지만, 그곳에도 나처럼 만화를 좋아하고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깨달음은 내 세계를 한층 넓혀주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까지도 후원회원으로서 어린이어깨동무를 응원하는 힘이 되고 있다.
이어진 30년 활동 영상은 반갑고, 그립고, 뜨거웠던 시간을 다시 불러냈다. 영상 속 얼굴들을 기념식장 곳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 더욱 반가웠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피곤한 줄도 모르고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던 어린이평화캠프, 남과 북, 동아시아 아이들이 그림으로 만났던 평화그림전, 남과 북이 함께 힘을 모아 세운 평양어깨동무어린이병원 개원식까지 모든 순간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첫인상처럼 튼튼하고 밝았던 평양어깨동무어린이병원은 지금도 잘 있을지,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만났던 남과 북의 아이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영상이 끝난 뒤에도 그 이후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궁금했다. 아마 나만의 마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후원회원으로서 함께했던 2004년 방북은 어린이어깨동무가 지향하는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새겨준 경험이었다. 그곳에는 정말 ‘우리 아이들’이 있었고, 남과 북의 아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금세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교류와 협력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꼈고, 그 안에서 어린이어깨동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 무엇보다 회원들의 꾸준한 후원과 응원, 활동가들의 열정과 헌신이 어린이어깨동무를 단단히 지탱하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지금 남북 관계는 어느 때보다 멀어져 있고, 누구도 앞날을 쉽게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30주년 기념식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얼굴은 앞으로의 30년을 기대하게 했다. 오랜 시간 사무국을 지켜온 활동가들, 변함없이 후원을 이어온 회원들, 어린이어깨동무의 뜻에 공감하고 함께하는 여러 단체가 있기에 어깨동무라는 나무는 앞으로도 더 깊이 뿌리내리고 단단하게 자라날 것이라 믿는다.
기념식 마지막 순서에서 들은 어린이 회원의 이야기는 오래 마음에 남았다. 평양에서 <드로잉 호프> 전시가 열리면 북녘의 친구들을 직접 만나 인사하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그곳에는 친구가 있고, 함께 만나 놀고 싶다는 그 순수한 바람 속에 어깨동무 회원 모두가 품고 있는 '만남'의 꿈이 담겨 있다고 느꼈다.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던 아이들이 그림으로 먼저 만났고, 마침내 직접 만나기도 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그렇게 작은 실천을 차곡차곡 쌓아 꿈을 현실로 만들어왔다. 다시 만날 날을 차분히 준비하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30년 역시 그런 희망으로 채워질 것이라 기대한다.
멀지 않은 날 평양에서 <드로잉 호프> 전시가 열리기를 바란다. 오늘 함께했던 두 아이가 그곳에서 북녘 친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아빠가 힘을 보탠 평양어깨동무어린이병원을 함께 찾아가 변함없이 든든한 모습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30년 전 누군가가 품었던 작은 희망이 오늘의 어린이어깨동무를 만들었듯, 오늘 우리가 함께 품은 희망이 또 다른 30년을 만들어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