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어린이어깨동무 소식지 152호에 실린 글입니다.
[만나야 평화]
모든 말은 하나의 희망을 향해 있었습니다 - 해외 활동가가 전하는 드로잉 호프의 의미 -
지난 6월에 열린 '드로잉 호프' 전시를 위해 6월 24일부터 27일까지 '드로잉 호프 네트워크'의 해외 활동가들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번 전시가 결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어린이와 평화라는 가치에 공감하며 함께해준 드로잉 호프 네트워크 활동가들 덕분입니다. 활동가들도 드로잉 호프를 통해 갈등을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전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어떤 목소리를 보냈는지, 함께 나눈 대화와 발표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알시티(RCITY)는 북아일랜드 청소년이 함께 '우리(R)'가 될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북아일랜드 땅에서 전쟁의 총성은 멈췄지만, 여전히 눈에 보이는 '평화의 벽'과 보이지 않는 경계선, 그리고 세대를 통해 전해 내려오는 불신의 메시지 속에 분단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그림 속에는 다른 내일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은 통합된 교육과 주거 환경에서 서로 어울려 살며 함께 스포츠를 즐기는 삶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림 속 한 소녀는 아일랜드 독립운동의 해인 '1916'이 새겨진 아일랜드 민족 스포츠 티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아일랜드계를 상징하는 이 티셔츠는 북아일랜드 사회에서 자칫 민감한 논쟁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이처럼 자신의 문화와 정체성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서로 관계를 맺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바로 알시티와 드로잉 호프가 함께 만들어가는 활동입니다.
- 도노반 / 북아일랜드 알시티 |
캘리포니아 서니베일 장로교회는 소모스(Somos, 스페인어로 '우리')와 함께 캘리포니아 어린이들의 그림을 모았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어린이들과 농업도시 왓슨빌에 사는 이주노동자 가정 어린이들의 그림도 함께였습니다.
왓슨빌의 아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났음에도 늘 가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갑니다. 그래서인지 이 아이들의 그림에는 성(姓)이 없이 이름만 적혀 있습니다. 반면, 캘리포니아 다른 지역 아이들의 그림은 훨씬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어린이들이 스스로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절실해졌습니다. 이번 전시에 함께하며, 경계라는 것이 단지 국경이나 문화에 그치지 않고 계층과 같은 현실적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장벽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어깨동무와 드로잉 호프를 통해,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계를 다정하게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 하디 / 미국 캘리포니아 서니베일 장로교회 |

캄보디아 피스 갤러리는 바탐방에 위치한 갤러리에서 과거사 청산과 지역사회 청소년들을 위한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어린이어깨동무의 지원을 받아,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두 마을의 4개 학교 청소년들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버스조차 다니지 않고 번듯한 학교 건물조차 없는 오지 마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학교 교장 선생님들의 우려도 컸습니다. 혹여 정부에서 이러한 활동을 정치적이거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까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신과 지역사회의 미래를 그리는 순수한 미술 프로젝트임을 진심으로 설득한 끝에 뜻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은 물론 참여한 지역 주민 모두에게 생전 처음 접해보는 경험이었기에, 현장은 설렘과 행복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붓을 들자 아이들은 선뜻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주저했습니다. 한 번도 자유롭게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리고 싶은 것을 표현할 자신감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에 피스 갤러리는 "어른이 되면 무엇이 되고 싶니?", "우리의 미래에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처럼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며 아이들의 마음을 열었습니다. 비로소 아이들은 하나둘 자신만의 세상을 도화지에 그려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소중한 마음을 나누어 준 아이들에게는 평소 부족했던 공책과 연필 같은 문구류도 선물했습니다.
표현할 기회가 주어지자 아이들은 스스로를 마음껏 나타내었고, 자신이 미래의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 라타낙 / 캄보디아 피스갤러리 |

'쿠이리그스(Kooyrigs)'는 아르메니아어로 '자매들'을 뜻합니다. 본래 아르메니아의 여성인권을 위해 활동해 온 이 단체는, 최근 나고르노카라바흐 갈등으로 고향을 잃은 피난민들이 아르메니아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번 '드로잉 호프' 전시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아버지가 전쟁터로 떠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았고, 봉쇄된 고립 속에서 어머니들이 느꼈던 깊은 불안과 공포를 마주하며 자랐습니다. 그런 어린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그저 '평화'와 '맛있는 음식'이었습니다.
어른들은 분노하며 대립하고 싸우지만, 엄혹한 정치적 상황 앞에서 어린이들은 무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드로잉 호프라는 따뜻한 장을 통해 고향을 떠나며 잃어버렸던 소중한 기억을 되살리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며 되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 소세 / 아르메니아 쿠이리그스 |
LCC 국제대학교는 수많은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모여서 공부합니다. 이곳의 평화센터는 서로 적대하는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소통하고 화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분열'이라는 단어를 텍스트가 아닌 눈앞의 일상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가까워 늘 전쟁의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탓입니다. 실제로 학교 교실에는 리투아니아 현지 어린이들과 러시아계 리투아니아인,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에서 온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듣습니다. 저희는 이번 '드로잉 호프'가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이 지역사회에 따뜻한 다리를 놓아주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저희는 단지 러시아어로 수업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사회에서 소외당하던 한 학교를 찾았습니다. 드로잉 호프 프로젝트는 그곳 어린이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잃어버린 자존감을 회복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이 학교와의 소통 과정에서는 한 우크라이나에서 온 대학생이 민감한 일이었지만 흔쾌히 러시아어 통역을 도와주었습니다. 일정을 마친 후, 그 학생은 생각과 달리 학교가 무섭지 않았다고 고백했습니다.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폭력과 차별을 겪어야 했던 공통의 아픔이,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계 리투아니아인들을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러시아어를 그저 하나의 '언어'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준 것입니다.
- 나오미 / 리투아니아 LCC국제대학교 대화와 갈등 전환 센터 |

'둥지'를 의미하는 엘 니도(El Nido)는 콜롬비아에서 가장 취약한 환경에 방치된 어린 미혼모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평소 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이들은 처음 붓을 들 때 큰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엘 니도에서는 어린 엄마와 자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족 프로그램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는 소중하며, 어떤 방식이든 자신을 표현할 가치가 있다"라는 믿음을 끊임없이 전했습니다.
이후 자신들의 그림이 멀리 해외에 전시된 모습을 확인한 엄마와 아이들은 커다란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이번 드로잉 호프는 비록 언어와 배경은 다를지라도, 우리 모두를 하나로 이어 주며 희망을 꿈꾸게 하는 따뜻한 등대가 되어 주었습니다.
- 레이디 / 콜롬비아 엘 니도 |
'피야와라 콜렉티브'는 소외된 어린이를 돕는 일로 시작해, 지금은 스리랑카의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타밀, 싱할라, 무슬림, 인도계 타밀 등 다양한 공동체의 청소년들로부터 그림을 전달받았습니다.
프로젝트의 취지와 목적을 설명했지만, 의외로 많은 청소년이 '평화'라는 개념 자체를 낯설어 했습니다. 스리랑카는 작은 섬나라이기에 서로 다른 집단의 이웃을 쉽게 마주할 수 있음에도, 사회적 시스템이 이들이 서로를 알아갈 기회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스리랑카 내부에서부터 서로의 존재와 현실을 올바르게 알리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함을 깊이 실감했습니다.
청소년들은 "우리가 직접 겪고 눈으로 본 현실을 그렸다"라며, 이 그림 속에 담긴 메시지가 어른들과 부모님들에게도 꼭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 니살리 / 스리랑카 피야와라 콜렉티브 |
'발전과 문화를 위한 씨앗(Seeds for Development and Culture)'(이하 시즈)은 배움의 기회와 문화적 공간마저 빼앗긴 팔레스타인 청년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장을 열어주고자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시즈는 이번 '드로잉 호프' 프로젝트를 통해 44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들과 함께 도화지를 채워 나갔습니다. 어린이들 모두가 뛰어난 화가는 아니었지만, 이들의 그림은 저마다 소중한 이야기와 깊은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직 글을 쓸 줄 모르는 한 아이를 위해 시즈에서 대신 메시지를 적어주기도 했습니다. 그 어린이가 전 세계 친구들에게 "너희 모두를 사랑해. 내 그림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 안녕!" 하고 천진하게 말하자 워크숍 현장에서는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자신이 건넨 한마디가 얼굴도 모르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은 설렘과 기대에 차 있었습니다. 또 다른 소녀는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을 적으며 "우리가 베스트프렌드라는 사실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얘들아, 너희에게 '희망'이란 뭐니?" 하고 물었을 때 어린이들의 대답은 저마다 달랐지만, 그 모든 말은 결국 하나의 '희망'을 향해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팔레스타인에 여전히 희망과 미래가 숨 쉬고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이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슴 깊이 새겨 주었습니다.
- 타사메 / 팔레스타인 시즈 |
어린이어깨동무는 앞으로도 드로잉 호프 전시를 통해 전 세계 어린이들의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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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어린이어깨동무 소식지 152호에 실린 글입니다.
[만나야 평화]
모든 말은 하나의 희망을 향해 있었습니다
- 해외 활동가가 전하는 드로잉 호프의 의미 -
지난 6월에 열린 '드로잉 호프' 전시를 위해 6월 24일부터 27일까지 '드로잉 호프 네트워크'의 해외 활동가들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번 전시가 결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어린이와 평화라는 가치에 공감하며 함께해준 드로잉 호프 네트워크 활동가들 덕분입니다. 활동가들도 드로잉 호프를 통해 갈등을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전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어떤 목소리를 보냈는지, 함께 나눈 대화와 발표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알시티(RCITY)는 북아일랜드 청소년이 함께 '우리(R)'가 될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북아일랜드 땅에서 전쟁의 총성은 멈췄지만, 여전히 눈에 보이는 '평화의 벽'과 보이지 않는 경계선, 그리고 세대를 통해 전해 내려오는 불신의 메시지 속에 분단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그림 속에는 다른 내일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은 통합된 교육과 주거 환경에서 서로 어울려 살며 함께 스포츠를 즐기는 삶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림 속 한 소녀는 아일랜드 독립운동의 해인 '1916'이 새겨진 아일랜드 민족 스포츠 티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아일랜드계를 상징하는 이 티셔츠는 북아일랜드 사회에서 자칫 민감한 논쟁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이처럼 자신의 문화와 정체성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서로 관계를 맺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바로 알시티와 드로잉 호프가 함께 만들어가는 활동입니다.
- 도노반 / 북아일랜드 알시티
캘리포니아 서니베일 장로교회는 소모스(Somos, 스페인어로 '우리')와 함께 캘리포니아 어린이들의 그림을 모았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어린이들과 농업도시 왓슨빌에 사는 이주노동자 가정 어린이들의 그림도 함께였습니다.
왓슨빌의 아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났음에도 늘 가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갑니다. 그래서인지 이 아이들의 그림에는 성(姓)이 없이 이름만 적혀 있습니다. 반면, 캘리포니아 다른 지역 아이들의 그림은 훨씬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어린이들이 스스로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절실해졌습니다. 이번 전시에 함께하며, 경계라는 것이 단지 국경이나 문화에 그치지 않고 계층과 같은 현실적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장벽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어깨동무와 드로잉 호프를 통해,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계를 다정하게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 하디 / 미국 캘리포니아 서니베일 장로교회
캄보디아 피스 갤러리는 바탐방에 위치한 갤러리에서 과거사 청산과 지역사회 청소년들을 위한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어린이어깨동무의 지원을 받아,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두 마을의 4개 학교 청소년들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버스조차 다니지 않고 번듯한 학교 건물조차 없는 오지 마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학교 교장 선생님들의 우려도 컸습니다. 혹여 정부에서 이러한 활동을 정치적이거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까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신과 지역사회의 미래를 그리는 순수한 미술 프로젝트임을 진심으로 설득한 끝에 뜻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은 물론 참여한 지역 주민 모두에게 생전 처음 접해보는 경험이었기에, 현장은 설렘과 행복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붓을 들자 아이들은 선뜻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주저했습니다. 한 번도 자유롭게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리고 싶은 것을 표현할 자신감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에 피스 갤러리는 "어른이 되면 무엇이 되고 싶니?", "우리의 미래에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처럼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며 아이들의 마음을 열었습니다. 비로소 아이들은 하나둘 자신만의 세상을 도화지에 그려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소중한 마음을 나누어 준 아이들에게는 평소 부족했던 공책과 연필 같은 문구류도 선물했습니다.
표현할 기회가 주어지자 아이들은 스스로를 마음껏 나타내었고, 자신이 미래의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 라타낙 / 캄보디아 피스갤러리
'쿠이리그스(Kooyrigs)'는 아르메니아어로 '자매들'을 뜻합니다. 본래 아르메니아의 여성인권을 위해 활동해 온 이 단체는, 최근 나고르노카라바흐 갈등으로 고향을 잃은 피난민들이 아르메니아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번 '드로잉 호프' 전시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아버지가 전쟁터로 떠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았고, 봉쇄된 고립 속에서 어머니들이 느꼈던 깊은 불안과 공포를 마주하며 자랐습니다. 그런 어린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그저 '평화'와 '맛있는 음식'이었습니다.
어른들은 분노하며 대립하고 싸우지만, 엄혹한 정치적 상황 앞에서 어린이들은 무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드로잉 호프라는 따뜻한 장을 통해 고향을 떠나며 잃어버렸던 소중한 기억을 되살리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며 되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 소세 / 아르메니아 쿠이리그스
LCC 국제대학교는 수많은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모여서 공부합니다. 이곳의 평화센터는 서로 적대하는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소통하고 화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분열'이라는 단어를 텍스트가 아닌 눈앞의 일상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가까워 늘 전쟁의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탓입니다. 실제로 학교 교실에는 리투아니아 현지 어린이들과 러시아계 리투아니아인,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에서 온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듣습니다. 저희는 이번 '드로잉 호프'가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이 지역사회에 따뜻한 다리를 놓아주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저희는 단지 러시아어로 수업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사회에서 소외당하던 한 학교를 찾았습니다. 드로잉 호프 프로젝트는 그곳 어린이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잃어버린 자존감을 회복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이 학교와의 소통 과정에서는 한 우크라이나에서 온 대학생이 민감한 일이었지만 흔쾌히 러시아어 통역을 도와주었습니다. 일정을 마친 후, 그 학생은 생각과 달리 학교가 무섭지 않았다고 고백했습니다.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폭력과 차별을 겪어야 했던 공통의 아픔이,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계 리투아니아인들을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러시아어를 그저 하나의 '언어'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준 것입니다.
- 나오미 / 리투아니아 LCC국제대학교 대화와 갈등 전환 센터
'둥지'를 의미하는 엘 니도(El Nido)는 콜롬비아에서 가장 취약한 환경에 방치된 어린 미혼모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평소 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이들은 처음 붓을 들 때 큰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엘 니도에서는 어린 엄마와 자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족 프로그램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는 소중하며, 어떤 방식이든 자신을 표현할 가치가 있다"라는 믿음을 끊임없이 전했습니다.
이후 자신들의 그림이 멀리 해외에 전시된 모습을 확인한 엄마와 아이들은 커다란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이번 드로잉 호프는 비록 언어와 배경은 다를지라도, 우리 모두를 하나로 이어 주며 희망을 꿈꾸게 하는 따뜻한 등대가 되어 주었습니다.
- 레이디 / 콜롬비아 엘 니도
'피야와라 콜렉티브'는 소외된 어린이를 돕는 일로 시작해, 지금은 스리랑카의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타밀, 싱할라, 무슬림, 인도계 타밀 등 다양한 공동체의 청소년들로부터 그림을 전달받았습니다.
프로젝트의 취지와 목적을 설명했지만, 의외로 많은 청소년이 '평화'라는 개념 자체를 낯설어 했습니다. 스리랑카는 작은 섬나라이기에 서로 다른 집단의 이웃을 쉽게 마주할 수 있음에도, 사회적 시스템이 이들이 서로를 알아갈 기회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스리랑카 내부에서부터 서로의 존재와 현실을 올바르게 알리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함을 깊이 실감했습니다.
청소년들은 "우리가 직접 겪고 눈으로 본 현실을 그렸다"라며, 이 그림 속에 담긴 메시지가 어른들과 부모님들에게도 꼭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 니살리 / 스리랑카 피야와라 콜렉티브
'발전과 문화를 위한 씨앗(Seeds for Development and Culture)'(이하 시즈)은 배움의 기회와 문화적 공간마저 빼앗긴 팔레스타인 청년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장을 열어주고자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시즈는 이번 '드로잉 호프' 프로젝트를 통해 44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들과 함께 도화지를 채워 나갔습니다. 어린이들 모두가 뛰어난 화가는 아니었지만, 이들의 그림은 저마다 소중한 이야기와 깊은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직 글을 쓸 줄 모르는 한 아이를 위해 시즈에서 대신 메시지를 적어주기도 했습니다. 그 어린이가 전 세계 친구들에게 "너희 모두를 사랑해. 내 그림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 안녕!" 하고 천진하게 말하자 워크숍 현장에서는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자신이 건넨 한마디가 얼굴도 모르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은 설렘과 기대에 차 있었습니다. 또 다른 소녀는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을 적으며 "우리가 베스트프렌드라는 사실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얘들아, 너희에게 '희망'이란 뭐니?" 하고 물었을 때 어린이들의 대답은 저마다 달랐지만, 그 모든 말은 결국 하나의 '희망'을 향해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팔레스타인에 여전히 희망과 미래가 숨 쉬고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이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슴 깊이 새겨 주었습니다.
- 타사메 / 팔레스타인 시즈
어린이어깨동무는 앞으로도 드로잉 호프 전시를 통해 전 세계 어린이들의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