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톡북녘 친구와 만남을 상상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요

* 이 인터뷰는 소식지 137호 '만나야 평화'에 게재되었습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2014년부터 평화통일교육강사단 ‘평화길라잡이’을 운영하고 있다. 평화길라잡이는 양성과정 등 소정의 과정을 이수한 후에 어린이어깨동무 소속으로 초중고등학교를 방문하여 학교평화통일교육 수업을 진행한다. 매년 수천 명의 학생들과 만나 학교평화통일교육을 진행하는 평화길라잡이 윤희근, 조수현, 주희영 강사를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실에서 만났다.


1. 어떤 계기로 평화길라잡이 활동을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윤희근(이하 윤): 안녕하세요, 윤희근입니다. 2015년도에 평화길라잡이 2기로 교육을 받고 2016년부터 강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 학교에서 반공교육을 받은 세대예요. 학교에는 이승만 동상도 있었어요. 무시무시한 내용으로 반공 독후감을 써서 상을 받았던 것도 기억나요. 그런데 커가면서, 이런 교육이 잘못되지 않았었나 생각하기 시작했죠. 친구 소개로 어린이어깨동무 활동을 처음 만났어요. 평화와 통일에 대한 가치관이 저와 맞을까 고민했는데, 양성과정 프로그램에 윤구병 선생님이 강사로 나오셨거든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는데, 그때가 확실히 계기가 되었어요.

 

조수현(이하 조): 안녕하세요, 평화길라잡이 3기 조수현입니다. 최근에 구로구 등 학교 수업을 진행하느라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 다문화인식개선활동을 했었어요. 지금도 지역 라디오에서 다문화방송을 하고 있죠. ‘다문화’라고 하면 결혼이주여성과 북한이탈주민까지 포함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거의 10년 넘게 다문화 활동을 했는데, 아직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본 적도 없어요. 북녘에 대해 한번 공부해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독서모임에서 다른 길라잡이분이 어린이어깨동무와 강사활동을 소개해줬어요.

 

주희영(이하 주): 저는 2014년에 1기로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주희영입니다. 저는 원래 어린이어깨동무 회원으로, 아이들도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도 어린이어깨동무의 일원으로 평화와 관련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2. 그동안 학교 수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 보통은 서울과 경기도에서 수업하는데, 매번 다른 학교에 방문해야 해요. 지도앱이 없었으면, 아마 강사활동을 못했을 거에요. 초행길에 대중교통으로 가니까 항상 긴장하지요. 그런데 하루는 지도앱에서 자꾸 잘못된 길을 알려줬어요. 그래서 결국 제가 지도앱에 오류신고까지 했습니다.

 

주: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그림편지를 그리는 수업을 해요. 내 얼굴을 그려서 북녘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것이죠. 하루는 그림 그리던 한 아이가 자꾸 교실 뒤에서 돌아다녔어요. 가서 보니까 나중에 북녘 친구와 만나면 알아볼 수 있도록 계속 거울을 보고 와서 자세히 자기 모습을 그리고 있더라고요. 학생들이 평소에 북녘 친구들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자기를 소개하는 그림편지를 그리니까, 북녘 친구와 만날 수 있다는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었어요. 감동적인 장면이었어요.


3. 특히 어려웠던 점이나 안타까웠던 점 있으신가요?

조: 학생들이 북녘에 대해 잘못된 정보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접하는 것 같아요. 미디어나 인터넷에서 잘못된 정보를 얻기도 하지만, 부모님이나 선생님도 반공교육을 받던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있어요. 선생님이나 학부모한테 ‘북에 TV가 없으니 학교가 끝나고 만화영화를 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북에는 스마트폰이 없다.’ 등 잘못된 정보를 가르친다는 오해를 받기도 있어요. 남과 북이 분단되어서 제한된 정보만 접할 수 있어 생긴 일이겠죠.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수업 중에는 질문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통일을 꼭 해야 하는지, 왜 이런 수업을 하는지, 북녘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을 묻기도 해요. 인터넷에서 본 이야기를 질문하는 경우도 있죠. 저도 질문에 주춤할 때가 있어서 혼자 예상질문을 정리했어요. 제 대답으로 학생들의 생각이 바뀌지는 않아요. 하지만 전쟁보다는 대화를 통해 평화롭게 지내자는 이야기를 하면,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윤: 어린 초등학생들이 북과 전쟁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때 안타까워요. 어린이들이 그런 이야기하는 것은 혼자의 생각이 아니잖아요. 가족이나 주변 사람, 인터넷에서 본 이야기를 자신의 생각처럼 하는 것이겠죠. 전쟁을 겪지 않았고, 만나보지도 못했는데 어른들의 생각을 물려받은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학교에서 남과 북이 평화롭게 지내면, 어떤 것들이 바뀔 수 있을까 학생들과 함께 상상해보고 있어요.


4. 학교평화통일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많이 생각하실 것 같아요.

 

윤: 이제 어른들도 남북관계에 관심이 없으니까, 학생들도 학교에서 배우기 전에는 잘 몰라요. 북녘에서 온 편지를 보여주면 깜짝 놀라요. 남북이 같은 말과 글을 쓰고 있는 줄도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분단 전에는 같은 나라였으니까 부산에 가듯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 충격받은 표정이죠. 어린이들이 과일을 골고루 먹어보고, 신 과일은 이제 먹지 않겠다고 하는 것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자신이 판단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조: 수업하다가 북녘에 병원과 의약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 학생들이 낯설어해요. 우리에게는 아프면 병원에 가고, 약을 먹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북녘에서는 가벼운 질병으로 치료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이죠.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는 이야기를 해주니까 꼭 필요한 것 같아요.


: 제가 처음 2015년에 강사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부모님이나 아이들이 북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은 긍정, 부정을 떠나서 남북관계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아요.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꾸기 위해 평화통일교육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이렇게 학교에서 배우지 않으면, 스스로 접할 기회도 적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듣겠지요. 우리 가수들이 북녘에서 공연한 이야기, 스포츠 단일팀 등 남북이 교류했던 이야기를 학교에서 나눠야 해요.

 

5. 평화길라잡이 활동 이외에도 어린이어깨동무와 함께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윤: 저는 피스로드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제가 일상적으로 다니는 길에 이런 역사와 스토리가 있구나 아는 것이 좋았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잖아요. 저희가 일제강점기 흔적을 명동에서 찾은 것처럼, 나중에 미래 세대가 광화문에서 촛불 시위 흔적을 찾으며 설명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그리고 다음 피스로드 프로그램은 걷기 좋은 선선한 때 했으면 하는 조그만 바람이 있습니다.

: 2017년 연극 '오래된 편지' 를 함께 봤던 것, 2018년 북아일랜드 평화활동가 워크숍, 오두산 적군묘지 방문도 기억에 남아요. 어린이어깨동무와 함께한 순간들이 제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평화, 어린이, 분단 등의 주제로 저나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 돌아볼 수 있어 좋았어요.


6. 어린이어깨동무 회원 중에서는 여전히 남과 북의 어린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함께해주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 어린이들과 한반도 평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평화길라잡이 입장에서 어린이어깨동무 회원들에게 혹시 나누고 싶으신 말씀 있을까요?

주: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면, 먼저 후원 해지를 생각하기 쉬워요. 각자 사정이 다르니까요. 저는 평화를 위해서는 작은 목소리들이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장 참여는 하지 못하더라도 후원회원으로 계속 작은 목소리를 이어가 주시기를 부탁드려요. 저도 수업하면서 학교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는지 학생들과 나누겠습니다.

 

조: 전쟁보다 평화가 답이라고 생각을 하시는 분이라면, 우리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것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어린이어깨동무에 관심을 끊지 않고 계속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제 능력이 닿는 한, 열심히 나가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윤: 어린이어깨동무의 활동은 남북이 발을 맞춰 하는 일이라서 힘들 때가 많죠. 예전에 북아일랜드 활동가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물 밑에서 끊임없이 멈추지 말고 교류를 계속하면, 언젠가는 그 성과가 보일 것이라고요.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회원분들도 어린이어깨동무에 계속 손을 내밀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강사로, 회원으로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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