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어린이어깨동무 소식지 150호에 실린 글입니다.
희망으로 이어가는 어린이들의 평화의 길
-드로잉 호프 뉴욕 참관기-
박종호(어린이어깨동무 이사, 평화교육교사모임)
11월 10일 월요일, 오전 9시 27분 인천을 떠난 지 15시간 만에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 내렸다. 공항에서 한 시간 반 넘게 걸려서 수속을 마치고 나서야, 이기범 이사장과 나는 오래 기다려준 한인택시를 타고 한 시간여 달려서 먼저 와서 유엔본부에서 전시회 준비를 하느라 바쁘게 뛰고 있는 어깨동무 사무국 식구들을 만났다.
저녁에는 퀘이커하우스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이하 남아공), 북아일랜드, 콜롬비아, 일본, 미국 등지에서 온 참여 단체 활동가들과 둘러앉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미국 친우봉사회 제니퍼 선생, 북아일랜드 알시티에서 온 씩씩한 활동가 도노반은 구면이다. 도노반은 2024년 평화교육교사모임 선생님들과 벨파스트에서 만났을 때만큼이나 큰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 날, 오전에는 유엔정무평화구축국(UNDPPA)과 함께 드로잉 호프와 평화구축 활동, 80주년을 맞은 UN의 고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후 비가 약간 흩날리더니, 바람이 분다. 옷깃을 여미고 오후 4시 30분 유엔본부 방문자 센터 앞에 모였다. 안내 절차를 따라 바삐 움직여서 드디어 유엔본부 1층 로비, 드로잉 호프 뉴욕 개막식장에 도착했다. 전날 어깨동무 사무국 식구들과 행사 준비팀은 사전에 약속한 ‘1시간 30분 안에 전시장 설치 완료’ 목표를 지키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전시장을 마련했다고 한다. 가슴 졸이며 전시장 마련에 필요한 물품을 챙겨 들고 이리저리 뛰며 애쓴 분들 이야기를 듣자니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함께 일어났다.
남과 북, 남아공, 아일랜드, 일본, 미국, 캄보디아, 콜롬비아 어린이들의 그림 100여점으로 꾸민 그림 전시장은 꿈(DREAM), 희망(HOPE), 어린이(YOUTH), 평화(PEACE)를 새긴 벽에 나누어 전시되었다. 전시장을 함께 둘러보던 김동진 이사님께 고생하셨다고 말을 건네는데 나를 안고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전시회를 위해 아일랜드 유엔 대표부와 어깨동무, 연대 단체 활동가들이 고생한 마음이 어떨까 짐작만 하면서 나는 그저 그의 등을 가만히 두드려드렸다.
오후 6시 아일랜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의 개막 인사에 이어 이기범 이사장이 한반도 분단 현실과 어깨동무가 해 온 일,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그림으로 교류를 해 온 과정, 드로잉 호프에 담긴 평화를 향한 꿈과 소망을 절절하게 말씀하셨다.
전시장 양쪽 벽에는 ‘전쟁’과 ‘평화’를 보여주는 브라질 화가의 그림이 마주하고 있고, 어린이들이 그린 자화상과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어린이들이 함께 그린 몸그림을 둘러 보면서 함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모으는 시간이었다. 70여 명의 참석자들이 그림 한 장 한 장을 살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나는 ‘트럼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올라가서 행사장에 모인 참석자들의 사진을 부지런히 찍었다. 늦은 저녁 시간, 퀘이커하우스에 다시 모여 개막식의 감격을 함께 나누는 시간, 그 힘든 준비를 묵묵히 해낸 분들이 음식을 함께 먹으려 서로 격려하는 모습은 우리가 꿈꾸는 평화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음 날 12일에는 유엔본부가 건너다보이는 유엔처치센터에서 소박한 점심을 나누고 나서 ‘드로잉 호프 원탁회의’가 열렸다. 전시에 참여한 단체 활동가들이 둘러앉아서 각 단체가 하고 있는 평화를 위한 활동을 발표하고 서로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
“어떻게 하면 드로잉 호프 활동이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평화를 만들 수 있나요?” 객석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활동가의 대답은 이랬다. “그림과 편지를 나누면서 친구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 만남은 도쿄에서 평양으로, 평양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연변으로, 다시 캄보디아, 벨파스트로, 남아공으로 콜롬비아로 이어집니다.
이런 연결과 연대는 어린이들 가슴에 평화에 대한 희망을 심고 키우고 자라게 합니다. 이것은 세계가 희망으로 나아가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원탁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김동진 이사가 한 말은 이랬다.
“평화구축을 위한 국가 간 협력과 노력에 견주면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나누어 키우는 희망은 힘이 작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드로잉 호프는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 평화로운 세계, 그 꿈을 단단하게 만드는 둥지를 만드는 일입니다. 평화와 화해를 위해 계속 걷는 일입니다. 여기 모인 우리가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서로 연대 하며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어깨동무가 지난 30년 남과 북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걸어온 길은 도드라지거나 화려한 조명을 받는 일은 아니지만, 묵묵하게, 긴 겨울 얼음 밑을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냇물 같은 걸음이었다. 한반도에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면 그 물길은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룰 것이다.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은 책이 있다. 전쟁과 국가권력의 폭력 앞에 쓰러진 이들을 호명하고, 희생된 모든 이들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화를 그려온 박건웅 화백의 책(『나는 꿈꾸는 자들의 긴 그림자』)인데, 내 마음에 와닿은 작가의 말을 내 말로 바꾸어 적어 본다.
우리가 살아온 한반도 분단의 아픔이 마침내 닿을 곳은 ‘사람’이다. 역사의 거센 파도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역사의 중심엔 언제나 개인이 있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버티고 이겨냈다. 그들의 선택이, 그들이, 역사를 만들었다. 우리가 어린이들의 희망을 가꾸고, 희망을 그리고, 희망을 계속 서로 전하고 나누어가도록 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반갑게 ‘안녕 친구야’ 인사를 나누고, 저마다 품은 꿈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나누고, 연결하는 꿈을 품은 우리들이 걸음을 계속 걸어간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평화로운 세상의 꿈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길에 나도 조금 더 힘을 보탤 작정을 해본다.

* 이 글은 어린이어깨동무 소식지 150호에 실린 글입니다.
희망으로 이어가는 어린이들의 평화의 길
-드로잉 호프 뉴욕 참관기-
박종호(어린이어깨동무 이사, 평화교육교사모임)
11월 10일 월요일, 오전 9시 27분 인천을 떠난 지 15시간 만에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 내렸다. 공항에서 한 시간 반 넘게 걸려서 수속을 마치고 나서야, 이기범 이사장과 나는 오래 기다려준 한인택시를 타고 한 시간여 달려서 먼저 와서 유엔본부에서 전시회 준비를 하느라 바쁘게 뛰고 있는 어깨동무 사무국 식구들을 만났다.
저녁에는 퀘이커하우스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이하 남아공), 북아일랜드, 콜롬비아, 일본, 미국 등지에서 온 참여 단체 활동가들과 둘러앉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미국 친우봉사회 제니퍼 선생, 북아일랜드 알시티에서 온 씩씩한 활동가 도노반은 구면이다. 도노반은 2024년 평화교육교사모임 선생님들과 벨파스트에서 만났을 때만큼이나 큰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 날, 오전에는 유엔정무평화구축국(UNDPPA)과 함께 드로잉 호프와 평화구축 활동, 80주년을 맞은 UN의 고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후 비가 약간 흩날리더니, 바람이 분다. 옷깃을 여미고 오후 4시 30분 유엔본부 방문자 센터 앞에 모였다. 안내 절차를 따라 바삐 움직여서 드디어 유엔본부 1층 로비, 드로잉 호프 뉴욕 개막식장에 도착했다. 전날 어깨동무 사무국 식구들과 행사 준비팀은 사전에 약속한 ‘1시간 30분 안에 전시장 설치 완료’ 목표를 지키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전시장을 마련했다고 한다. 가슴 졸이며 전시장 마련에 필요한 물품을 챙겨 들고 이리저리 뛰며 애쓴 분들 이야기를 듣자니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함께 일어났다.
남과 북, 남아공, 아일랜드, 일본, 미국, 캄보디아, 콜롬비아 어린이들의 그림 100여점으로 꾸민 그림 전시장은 꿈(DREAM), 희망(HOPE), 어린이(YOUTH), 평화(PEACE)를 새긴 벽에 나누어 전시되었다. 전시장을 함께 둘러보던 김동진 이사님께 고생하셨다고 말을 건네는데 나를 안고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전시회를 위해 아일랜드 유엔 대표부와 어깨동무, 연대 단체 활동가들이 고생한 마음이 어떨까 짐작만 하면서 나는 그저 그의 등을 가만히 두드려드렸다.
오후 6시 아일랜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의 개막 인사에 이어 이기범 이사장이 한반도 분단 현실과 어깨동무가 해 온 일,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그림으로 교류를 해 온 과정, 드로잉 호프에 담긴 평화를 향한 꿈과 소망을 절절하게 말씀하셨다.
전시장 양쪽 벽에는 ‘전쟁’과 ‘평화’를 보여주는 브라질 화가의 그림이 마주하고 있고, 어린이들이 그린 자화상과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어린이들이 함께 그린 몸그림을 둘러 보면서 함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모으는 시간이었다. 70여 명의 참석자들이 그림 한 장 한 장을 살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나는 ‘트럼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올라가서 행사장에 모인 참석자들의 사진을 부지런히 찍었다. 늦은 저녁 시간, 퀘이커하우스에 다시 모여 개막식의 감격을 함께 나누는 시간, 그 힘든 준비를 묵묵히 해낸 분들이 음식을 함께 먹으려 서로 격려하는 모습은 우리가 꿈꾸는 평화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음 날 12일에는 유엔본부가 건너다보이는 유엔처치센터에서 소박한 점심을 나누고 나서 ‘드로잉 호프 원탁회의’가 열렸다. 전시에 참여한 단체 활동가들이 둘러앉아서 각 단체가 하고 있는 평화를 위한 활동을 발표하고 서로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
“어떻게 하면 드로잉 호프 활동이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평화를 만들 수 있나요?” 객석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활동가의 대답은 이랬다. “그림과 편지를 나누면서 친구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 만남은 도쿄에서 평양으로, 평양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연변으로, 다시 캄보디아, 벨파스트로, 남아공으로 콜롬비아로 이어집니다.
이런 연결과 연대는 어린이들 가슴에 평화에 대한 희망을 심고 키우고 자라게 합니다. 이것은 세계가 희망으로 나아가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원탁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김동진 이사가 한 말은 이랬다.
“평화구축을 위한 국가 간 협력과 노력에 견주면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나누어 키우는 희망은 힘이 작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드로잉 호프는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 평화로운 세계, 그 꿈을 단단하게 만드는 둥지를 만드는 일입니다. 평화와 화해를 위해 계속 걷는 일입니다. 여기 모인 우리가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서로 연대 하며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어깨동무가 지난 30년 남과 북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걸어온 길은 도드라지거나 화려한 조명을 받는 일은 아니지만, 묵묵하게, 긴 겨울 얼음 밑을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냇물 같은 걸음이었다. 한반도에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면 그 물길은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룰 것이다.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은 책이 있다. 전쟁과 국가권력의 폭력 앞에 쓰러진 이들을 호명하고, 희생된 모든 이들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화를 그려온 박건웅 화백의 책(『나는 꿈꾸는 자들의 긴 그림자』)인데, 내 마음에 와닿은 작가의 말을 내 말로 바꾸어 적어 본다.
우리가 살아온 한반도 분단의 아픔이 마침내 닿을 곳은 ‘사람’이다. 역사의 거센 파도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역사의 중심엔 언제나 개인이 있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버티고 이겨냈다. 그들의 선택이, 그들이, 역사를 만들었다. 우리가 어린이들의 희망을 가꾸고, 희망을 그리고, 희망을 계속 서로 전하고 나누어가도록 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반갑게 ‘안녕 친구야’ 인사를 나누고, 저마다 품은 꿈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나누고, 연결하는 꿈을 품은 우리들이 걸음을 계속 걸어간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평화로운 세상의 꿈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길에 나도 조금 더 힘을 보탤 작정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