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지원/협력북한의 제9차 당대회와 민간단체의 과제

* 이 글은 어린이어깨동무 소식지 151호에 실린 글입니다.  


[한반도 평화 톺아보기]



북한의 제9차 당대회와 민간단체의 과제


정영철(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 소장)


9차 당대회: ‘김정은의 당’으로 공고화

지난 2월 19-25일 북한은 제9차 당대회를 개최하고, 지난 5년의 평가와 함께 향후 5년의 계획을 확정지었다. 당대회에 이어, 3월 15일에는 새로운 최고인민회의 선거를 실시하고 22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여 당대회에서 결정된 계획을 국가의 법과 정책으로 확정시켰다. 

김정은 집권 이후, 당대회는 크게 3차례가 있었다. 2016년의 7차 당대회, 2021년의 8차 당대회, 그리고 올해 9차 당대회가 그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는데, 하나는 5년을 주기로 당대회가 정기화되었고, 당 및 국가회의 체계가 완전히 정상화되었다는 점이다. 둘째는 무려 36년 만에 열린 7차 당대회가 김정은 시대를 알리는 것이라면, 8차 당대회는 김정은의 통치방식과 이념이 공식화되었으며, 마침내 9차 당대회에서는 김정은의 당 건설노선이 규약에 명기되는 등의 ‘김정은의 당’으로 완전히 변모해 가는 과정이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김정은 집권 15년 정도의 기간에, 그의 권력과 당적 지위는 단계적으로 그리고 완전히 공고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두 국가론’과 달라진 역사 서술

이번 당대회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크게 2가지 정도가 있었다. 하나는 봉쇄와 코로나, 자연재해 등의 조건 속에서도 과연 북한의 경제계획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는가였고, 다른 하나는 2023년 전격적으로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론이 이번 당대회에서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였다. 예상했듯이, 경제 발전의 문제는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였다. 주목할 점은 당대회 총화 결론에서 김정은이 직접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이 기본적으로 완수되었으며 이것은 지나온 30여년간의 경제분야에서 처음으로 되는 가장 뚜렷하고 의의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5년은 이에 기초하여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질적발전’을 계획으로 하여 “사회주의건설 전반을 확고한 질적발전과 획기적인 도약의 궤도우에 올려 세우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경제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적대적 두 국가론’의 문제는 한층 더 강경해진 발언으로 일관하였다. 이미 더 이상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것을 넘어, 아예 남북의 지나온 역사를 새롭게 서술하고 있다. 즉, 당대회가 개막되던 2월 19일 자 노동신문은 지나온 8개의 당대회 역사를 소개하였는데, 여기에서 ‘통일’과 관련된 결정과 내용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당대회를 통해서 “사실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은 근 80년 동안 서로 별개의 국가로서 존재하여왔으며 유엔에도 하나의 의석이 아니라 두개의 국가로 가입”하였음을 지적하면서, 그간 남북의 특수한 관계에 기반한 분단사, 통일사 등을 역사 서술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즉, 앞으로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이러한 노선과 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드러내었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만일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리유가 없다”고 함으로써 일말의 여지는 남겨놓았지만, 사실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헌법적 지위의 인정 즉, 핵보유국의 인정, 그리고 적대시 정책의 폐기 등을 미국이 수용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이 역시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로 생각된다. 

결국 당대회를 통해 드러난 북한은 지난 80년간의 남북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며, 현실적으로 남과 북은 적지 않은 기간 지금의 현상을 변경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지금의 불안정한 세계 질서 속에서 북한은 소위 ‘다극화 질서’의 구축과 강화, 그를 위한 대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과정에서 김정은이 직접 대외 활동의 전 면에 나서는 정상회담을 펼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 당대회에서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지위가 비상히 높아진 오늘 대외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하여 그리고 국가의 모든 대외활동이 통일적으로 편향없이 수행되자고 해도 당중앙의 령도는 필수”라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곧 김정은 본인이 직접 대외 활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9차 당대회는 조선노동당이 ‘김정은의 당’으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고, 핵 보유의 자신감, 경제적인 성취의 자신감 등을 기초로 이후에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정책을 펼 것임을 드러내 보였다. 이런 가운데 남북관계는 특수성에 기초한 관계에서 완전히 이탈되었으며,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현재의 상황을 변경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단체의 과제

그렇다면, 이러한 조건에서 민간단체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얼핏 보면 민간단체의 활동에 많은 제약이 존재하며, 과거의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 교류 재개도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민간단체에는 크게 두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하나는 국내 평화 및 공존의 역량을 부단히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대외 활동에 나설 수 있는 방법의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두 개 국 가’의 법적, 제도적 기반이 되고 있는 헌법 개정을 포함한 법-제도의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노력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 모두 사회적 갈등과 혼란 그리고 정치적 논쟁을 수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간단체가 적극적으로 이를 사회적 의제로 제기하고, 논쟁하고 토론하는 주체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면하여 남북의 ‘적대적 관계’부터 뒤집어야 한다면, 하루빨리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것이어야 하며, 그런 점에서 민간단체의 평화 및 전쟁의 종결을 위한 활동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남북관계의 바늘구멍을 찾아내고 이를 키워내고자 하는 활동이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최근 호주에서 열린 여자축구 아시안컵 대회에서의 공동 응원 등이 그러한 활동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남북의 직접적인 교류와 협력이 단절된 조건에서, 남과 북, 해외가 연계되는 바늘구멍을 찾고, 이를 넓혀가는 활동도 시도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민간단체가 더욱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행동하는 활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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