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톡함께 꿈꾸는 희망은 변화를 만들 수 있어요

* 이 인터뷰는 소식지 133호 '만나야 평화'에 게재되었습니다.

 

함께 꿈꾸는 희망은 변화를 만들 수 있어요

 

정진화 평화마을짓자 이사장

 


정진화 선생님은 30년 넘는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2020년 2월 퇴임했다. 교직생활동안 전교조 위원장,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지원센터장, 청소년문화연대 킥킥 등 학교혁신운동, 교육 공동체 운동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도덕 과목을 가르치며, 평화로운 세상을 꿈꿨던 그는, 지금 파주에서 '평화마을짓자'를 통해 생태와 평화에 대한 새로운 꿈을 일구고 있다. 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에서 정진화 선생님을 만나 인터뷰했다.

 

- 작년에 긴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셨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작년 2월에 퇴직했어요. 37년간 교직 생활을 했는데, 학생으로 학교생활까지 포함하면 학생과 교사로서 53년간의 학교생활을 마무리한 거네요. 마지막 해에 중학교 1학년 담임이었는데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겪을 수 있는 온갖 일을 겪었거든요. 제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교사는 이렇게 하면 된다”라는 범위를 넘는 녀석들이 많았어요. 여러 면에서 굉장히 힘들었지만, 그 하나하나가 도전이었지요. ‘교사가 된다는 게 참 어려운 것이구나, 인간을 안다는 것,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구나’를 마지막까지 저에게 알려주어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작년부터는 생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평화마을짓자’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시간을 농사를 짓는 데 쓰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요즘은 상당히 즐겁고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 선생님은 오랜 시간 학교 안팎에서 학교와 문화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셨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선생님이 꿈꾸는 교육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1983년 교직에 들어섰을 때 그야말로 5공화국이 기세등등하던 시절이었어요. 학교가 정말 조 용했고, 교실에서나 교무실에서나 아무도 발언하지 않았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달라져 야 한다는 생각에 활동하게 된 것 같아요. 전교조 활동으로 4년 반 해직 과정을 겪고 복직했는데, 한국 사회가 개성, 개인의 자유와 행복 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분위기로 변화했더라고요. 반면 학교는 그대로였고요. 그래서 ‘이제 학교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학교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연결된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학교혁신운동을 시작했어요. 선생님들이 먼저 새로운 학교 네트워크 단체를 만들어 학부모에게 다가가고,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서 아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려는 학교혁신운동을 했지요. 이 운동이 경기도부터 시작한 혁신학교 운동으로 이어졌어요. 지금 혁신학교가 전국적으로 20% 가까이 늘어난 것을 보면 학교혁신운동은 제도와 운동이 만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희망은 계속 품어야 하고,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각자 자기 영역에서 조금만 잘해도 그것이 합이 되어 변화할 수 있다고 믿어요. 변화는 변방에서 온다고 하잖아요.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변방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서 성공사례를 만들고, 그것을 다시 중심부로 가져오는 것이죠. 학교 안에서도 이러한 시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면에서 저는 학생자치 활동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이라 생각해요. 학생들이 특정 주제를 선택해서 스스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고, 교직 생활에서 학생자치 활동에 힘을 많이 쏟았습니다. 어린이어깨동무(이하 어깨동무)를 만난 이후에는 ‘평화 어깨동무’라는 동아리는 만들어서 학생들이 평화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학교를 바꾸는 운동을 하다 보니 학교만 바꾸면 안 되고, 학교와 마을을 이을 수 있는 교육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학생들이 자기가 성장한 지역을 떠나지 않고 거기서 자립해서 지역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교와 지역을 연결하려는 다양한 시도도 했어요. 그리고 또 지내다 보니 학교 밖의 청소년들에게도 관심을 두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학교 밖 아이들의 청소년 단체인 ‘청소년 문화연대 킥킥’의 대표도 맡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육은... 사실 청소년들은 굉장히 생명력이 넘쳐요. 우리 사회나 학교가 그 생명력을 억누르지 말고,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윤구병 선생님은 “자기 앞가림을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셔요. 부모가 짜주는 스케줄이 아니라 자기의 시간표를 자기가 만들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나갈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해요. 저는 자연 속에서 자기 몸을 움직여 일하고, 땀을 흘리고, 자연과의 교감 등을 경험하는 것이 청소년들을 살려낼 방법이라 생각해요.

 

- 도덕 선생님으로서 평화통일 교육을 진행하시면서 느꼈던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인식은 격차가 커요. 사회적인 분위기, 언론, 학부모를 통해서 전달되는 이야기 등에 영향을 많이 받지요. 그래서 저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수업에서 세 가지 주제는 꼭 다뤘어요. 첫째, 분단 과정과 그 직후에 벌어진 역사적인 흐름은 꼭 다루었어요. 둘째로 스포츠 교류, 겨레말큰사전, 이산가족 만남 등 남북이 함께 교류하고, 협력했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남북이 대립만 했던 것이 아니라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세 번째는 도울 수 있다, 기회가 될 때 도와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과 꼭 나눴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자치활동으로 북녘 아이 돕기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평화통일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북녘과 관련해서 어떤 내용으로 만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에 내가 어떤 태도로 대응하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내 이야기를 아이들이 올곧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동의하지 않아도 존중해야 한다. 일단 아이들 모두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관심을 계속 표시했던 아이들의 경우 “저 선생님은 나와 생각은 나랑 다르지만 그래도~”의 태도를 가져요. 결국 쉬는 시간까지 아이들에게 바쳐야 한다는 것이죠(웃음).

 

- 북녘을 방문한 경험이 있으신데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금강산, 개성, 평양 등에서 북녘 교사들을 만난 적이 있어요. 북은 우리와 다른 사회죠. 첫 느 낌은 사람들이 참 솔직하다는 것이었어요. 북녘의 어려움을 보면서 빨리 좋아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과거 남측도 60~70년대에는 어려웠지만 뭔가 희망을 찾아서 계속 꿈틀거렸잖아요. 북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런 비슷한 에너지를 느낄 수도 있었어요. 그게 뭘까? 어디 서 오는 걸까? 질문해 봤는데, 일종의 자부심일 수도 있고 공동체성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 어떻게 어깨동무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어깨동무 첫인상은 어떠셨는지요?

어깨동무는 활동 초기부터 계속 관심이 있었어요. 북녘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병원을 지어주고 하는 것들도 너무 좋아 보였고요. 그런데 뭔가를 같이 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2014년 ‘평양 어깨동무어린이병원 10주년 행사’에 참여했는데,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지속해서 교류를 추진하는 단체구나, 이것을 유지하는 힘이 무엇일까? 궁금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다가 어깨동무와 함께 아일랜드 연수를 가게 되었죠. 이 자리에도 다양한 분들이 참여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다른 시민단체들과 달리 어깨동무는 활동가들과 연구자들이 결합하여 서로에게 힘이 된다, 현장성과 연구가 연결되면서 사업을 체계화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아일랜드 연수를 다녀온 후 전도사처럼 어깨동무를 자랑하고 다니고 있지요.

 

- ‘평화마을짓자’ 활동을 통해 어떤 평화마을을 꿈꾸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일종의 퍼머컬쳐(Permaculture)인데, 어쩌면 우리 조상이 해 온 농사법이랑 아주 닮았어요. 작은 공간에 두둑을 50cm 이상 쌓고 서로가 상승 작용을 하는 식물을 같이 심어주는 거예 요. 예를 들면 감자밭에 수박과 한련화를 같이 심으면 벌레가 덜 꼬이거든요. 미생물도 풍부 하게 살아 있으면서 우리 일손도 줄이는 것이죠. 우리가 천연 퇴비도 만들어 자연을 살리고. 생산된 농작물을 가지고 다양한 제품도 만들어 판매도 하고요. 무엇보다 에너지 자립마을, 최대한 쓰레기가 없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젊은이들과 예술가, 농부들과 교사들 등이 접경지역에서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이루는 농사를 지음으로써 고된 노동이기만 한 농사가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아내어 자발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예술적인 농사를 짓는 것이죠. 농사를 잘 지어 남북의 주민들이 함께 먹고 살다 보면 평화로워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평화마을짓자’의 일종의 모토가 ‘예술로 농사 짓고, 농사로 평화짓자’예요. 도시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이 자연에 와서 예쁜 꽃도 보면서 힐링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우리 어린이, 청소년들이 농사를 배우고 봉사활동을 하며, 젊은이들이 지역주민과 유기 순환 농사를 함께 짓고 나누는 자립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어깨동무 회원들과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최근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서 사무국 분들이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어떻게든 북녘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고맙기도 하고요. 가장 흔한 이야기로 ‘밤이 지나면 아침에 온다’고 하잖아요. 저는 진짜 그렇다고 생각을 해요. 사람들이 그 어둠 속에서 함께 손잡고 걷다 보면 떠오르는 해를 맞이할 수 있죠. 우리는 그동안의 남북관계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잖아요. 물이 조금씩 끓다가 어느 순간에 탁 수증기가 되고, 폭발되듯이 그럴 날이 올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을 위한 준비, 기반을 닦아놔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깨동무가 유일하게 남북 어린이 만남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외부에서는 갑자기 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어깨동무가 지원과 교류로 북녘과 쌓은 신뢰, 오랫동안 평화교육을 추진한 것들이 쌓여서 가능했다고 봐요. 지 금 당장의 상황만 볼 것이 아니라 5년, 10년을 내다보면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일랜드, 재일동포 등과 연대하는 부분들도 보다 더 확대하면 좋겠어요. 평화를 꿈꾸는 분들과 끊임없이 만나는 것은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르게 표현하자면 어깨동무가 누군가에게 평화에 대해 계속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다른 사람들도 꿈을 꿀 수 있는 걸로 연결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려운 시간이지만 평화의 꿈을 함께 꿔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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