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톡어린이어깨동무 20년의 기억-처음으로 북녘에 가다

1998년 가을

권근술 이사장, 조형 공동대표, 고 리영희 선생님 등 어린이어깨동무 첫 대표단이 북녘땅을 밟았습니다. 

 

첫 번째 평양 방문 

 

이기범 어린이어깨동무 상임이사, 숙명여대 교수 

 

분단의 공간에서 북녘 주민과 만나고 교류하려면 법적 지위가 필요했기 때문에 어깨동무는 1998년 8월 어린이 단체로는 처음으로 통일부의 사단법인 승인을 받았다. 초대 이사장으로 권근술 한겨레신문사 사장이 취임하였고, 어린이 관련 분야의 전문가와 독지가로 이사를 구성하였다. 나는 사무처장이 되었고, 사무국은 통일문화운동의 경험이 풍부한 박지원 사무국장, 어깨동무 설립부터 자원 활동을 이끌었던 최혜경 간사로 구성하였다.  

 

처음으로 북녘을 방문하기 위해 북측과 협의하는 자리는 같은 해 가을 중국 베이징에서 이루어졌다. 어깨동무에서는 나와 정병호 이사가 북측 관계자 두 명을 만나 사흘 동안 방문 목적, 방문 인원, 방문 일정을 의논하였다. 북측 관계자는 김일성종합대학교 교수였고, 당국 회담에 대표로 나서는 노련한 인사였다. 

나나 정병호 이사는 북측과 협의는 처음이었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믿고 있었다. 우리는 북녘 어린이들 생명을 구하는 일과 남북 어린이들이 함께 평화를 만드는 일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려고 힘을 쏟았다. 그래야 어깨동무가 북녘에 방문하려는 목적을 이해시키고, 그에 알맞은 일정을 짤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녘 어린이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쌀과 돈을 모은 이야기와 자기를 소개하는 그림을 정성스럽게 그린 이야기를 힘을 다해 설명하였다. 우리가 남녘 어린이들을 대신하여 북녘 어린이들을 만나 구호 물품과 그림을 전달하고, 그림 답장을 받아야 하는 사명도 설명하였다.  

그러나 북측 반응은 당혹스러웠다. 그들은 수해로 식량 사정이 힘들지만 아이들의 ‘코 묻은 돈’으로 보낸 물자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녘과 북녘이 서로 긴장이 계속되는데 무슨 아이들 그림을 교환하자는 한가한 소리를 하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날이 선 정치적 관계라도 어린이들의 활동은 가장 ‘비정치적 일’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순수로 위장한 ‘정치적 의도’일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 일을 민간단체가 한다지만 정부가 조종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분단 이후 남녘은 이념이 대립하면서 사람의 자리가 줄어들고, 정치 논리가 부딪치면서 문화적 상상력이 메말라 가고 있었다. 어른들이 싸우니 아이들이 마음 둘 곳이 없어진 현실을 바꾸려고 했는데 이제 북녘의 분단 현실과 마주서게 된 것이다.  

나와 세계관이 다른 사람을 만나 갈등이 있을 때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상대가 쓰는 언어로 ‘번역’하여 설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은 일부터 이루어 나가면서 신뢰를 쌓아 가면 그만큼 일을 넓혀 나갈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첫 베이징 협의에서 우리는 우리의 취지를 그들의 ‘언어’로 번역하여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북측이 어깨동무의 지원과 그림을 받아들인다면 북녘이 평화와 화해 의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득하였다. 남녘의 시민단체는 시민이 운영하며, 시민의 의견을 받아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고치도록 요구하는 자율성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베이징에서 몇 번 만났다고 그들의 세계관이 변하지 않았겠지만, 그들은 우리가 진심으로 다가간다고 알게 된 것 같다. 어깨동무가 방문하려는 까닭을 인정하고, 결국 11월에 다섯 명이 북녘을 방문하는 일정에 합의하였다. 그 자리에서 북측은 리영희 선생님을 함께 초청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어깨동무가 하려는 일과 북측이 원하는 일과의 차이를 조정하는 일은 그때부터 시작이었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여러 희망과 비난이 더해지면 참으로 ‘예술적’인 수렴과 조정이 필요하다.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남북교류가 그런 것이라는 것을 첫 협의에서 톡톡히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북녘을 방문하니 더 고민투성이었다.

 

북한 방문은 그해 11월 10일부터 17일까지 있었다. 방문단은 어깨동무와 한겨레신문 공동 구성으로, 권근술 이사장을 단장으로 하여 어깨동무에서는 조형 공동대표와 나, 한겨레신문에서는 곽병찬 기자와 신현만 기자가 참여했다. 리영희 선생님은 북에 계신 누님만 만나는 조건으로 합류하였다. 늘 그렇지만 도착하는 날에 북측과 일정을 협의하게 된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어린이들과 실무자를 만나기를 원하고, 북측은 만날 인사와 방문 장소를 제한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설득을 위한 협의가 밤늦게까지 이어져 서로 언짢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농담으로 일정 협의가 아니라 ‘일정 투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린이들을 만나는 일과 그림을 교환하는 일이 쟁점이 되었다. 결국 유치원 한 곳과 탁아소 한 곳을 방문하였다. 준비된 방문이었는데도 평양에서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춘 어린이들의 보육 방식과 영양 상태는 좋지 않았다. 우리는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맡긴 지원 물품은 평성 지역에 있는 고아 시설에 보내졌다. 다음 방문 때에는 꼭 그곳을 방문해야 한다는 의지를 전달하였다. 그림 편지 500점은 북측 신문사인 통일신보사에 전달하였고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의 어린이들로부터 30점의 그림 답장을 받았다. 

 

그 뒤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하였지만 첫 방문 때 장면들이 정지화면처럼 생생하다. 여자아이들이 하는 고무줄놀이를 넋 놓고 바라보는 키 작고 아직 앳된 인민군, 모란봉에서 만난 소풍 나온 여대생들, 그 유명한 옥류관의 냉면 맛이 떠오른다. 가장 큰 감동은 우리 어린이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그곳의 어린이들을 만난 것이다. 그런 만남을 속으로 응원하는 어른들이 북녘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어깨동무에 대한 북측의 공식 입장은 다소 착잡하였다. 남북 교류를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리종혁 부위원장은 공식 회동에서 “이름만으로도 기발한 남북어린이어깨동무는 화해의 디딤돌로서 의미가 크다.”고 치켜세우면서 당국 간 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교류는 어렵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대하여 권근술 이사장은 “탈냉전의 분위기에 맞추어 민간 교류와 협력 그리고 민족 화해는 확대되어야 하며 어깨동무의 실천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어깨동무가 할 일은 이 두 입장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알되, 서로 겹쳐질 수 있는  틈새를 넓혀 나가는 것이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깨달음은 어깨동무가 활동하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또한 평화교육의 내용을 짜는 데도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북한을 방문한 뒤로 많은 사람들이 앓는 후유증이 있는데, 나는 그것을 ‘평양 블루스’라고 부른다. 블루스라 하니 뭔가 낭만이 있게 들리지만, 사실은 평양에서 서울로 빠르게 장면이 바뀌고, 북녘에서 해야 할 것을 다하지 못했다는 회한이 초래하는 우울 증세이다. 

그 뒤로 북측과 후속 협의가 중단되었기 때문에 그 우울증은 더 심하였다. 북 당국을 창구로 하는 지원이 지연된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북한 방문으로 북녘 어린이들이 처한 상황을 더 확실하게 알게 된 만큼 다른 통로를 찾는 것이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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