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교육'남북어린이와 일본어린이 그림마당' 대학생 참가후기 -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인천대학교 4학년 김지형

 

지난 2월 17일부터 2박 3일간 도쿄에서 열린 ‘남북어린이와 일본어린이 그림마당’에 어린이어깨동무 대학생 대표단으로 다녀왔다. 일본의 평화단체들이 모여 2001년부터 해마다 남과 북, 일본인과 재일조선인 어린이들의 그림을 모아 ‘남북어린이와 일본어린이마당’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어깨동무는 이 그림마당에 우리 아이들의 그림을 보내며 참여하고 있다. 대학생 자원 활동가로 참여한 작년 어린이통일캠프에서 아이들과 함께 만든 연도 전시되어서 같이 활동했던 은경이와 함께 다녀왔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인상 깊은 이야기도 많아서 어깨동무 가족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이번 그림마당은 연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사실 통일캠프에서 그린 연을 전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아이들의 소박한 연이 생각나서 초라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전시되어 있는 모습은 다양한 연들이 모여서 아주 볼만했다. 게다가 남북, 일본, 중국의 연이 구분 없이 어우러져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감동스럽기도 했다.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것은 소소한 일이지만 어른들의 정치적 이해와 상관없이 십년 넘게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의미 있어 보였다. 그림전을 통해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는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니 일상적 저항행동의 한 방식으로 다가왔다. 남북의 분단 상황과 분단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을 잊어버리기 쉬운 일상에서, 그것을 기억하기 위한 행동으로 그림을 그리고 서로 주고받고 있었다. 

 

 

일본어를 못하는 우리를 위해 일본 대학생들이 고맙게도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주었다. 어린이마당 실행위원회에서는 2012년부터 일본 대학생들과 북녘 대학생들의 교류도 지원하고 있다. 이번 그림전의 ‘우리가 만난 평양의 대학생들, 5년의 만남을 거쳐서’라는 토크 시간에 평양에 다녀온 일본 대학생들이 소감과 느낌을 발표했다. 떠나기 전에 가장 기대했던 시간이다. 

 

 

4명의 일본 대학생들이 평양과 북녘 대학생들에 대한 인상과 느낌을 전해주었는데, 북녘 대학생들과의 교류는 상상만 하던 것이어서 신선한 영감을 주었다. 일본 대학생들은 최근 5년간 여름에 평양에 방문해 3일 동안 평양외대 일본어학과 학생들과 교류를 했다. 3일간의 사진과 일기를 앨범으로 정리해 보여주기도 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일본대학생들이 북녘의 대학생들과 교류하는 모습을 보니 부러웠다. 교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진과 일기를 서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작년에는 북녘대학생들과 함께 평양 시내도 관광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았는데, 교류시작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2005년부터 한 일본교수님이 북한에 가서 사전 조사를 했는데, 평양외대 일본어학과의 열악한 교육여건을 개선해주고자 꾸준히 방문했다고 한다. 견학만 몇 년을 갔지만, 학생들과 대화도 못하는 상황에서부터 학교와 신뢰를 쌓고 교류를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 관계에도 신뢰가 바탕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북녘과 함께 어떤 일을 하려고 하면 국가적 특성상 당사자 사이의 신뢰가 더욱 중요한 것 같다. 2012년에 일본 대학생들이 북녘에 처음 갔을 때는 인사만 하고 끝났다고 했다. 2012년에는 대학생들이 일 년 내내 평양의 고층 아파트 건설에 동원되어 학교에 학생들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대학생교류에 함께 간 일본기자는 정치이야기와 별개로 개개인의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만나서 꿈 이야기와 연애 이야기도 하고, 노래 부르고, 셀카도 찍으면서 개인은 모두 개성 있는 존재라고 느꼈다고 했다. 일본 학생들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개방적인 마음으로 북녘 대학생들을 대하고, 기억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일본사람들도 있다는 것과 일본의 성숙한 시민사회에 놀랐다.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남북분단에 대해 일본인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부끄러워했다. 분단된 한반도가 학생들이 평양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교과서 속의 지식이기만 했지만, 남북분단을 마음으로 느끼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았다. 관광의 한 코스로 일본학생들은 북녘학생들과 함께 판문점에도 갔다고 했다. 판문점에서 남녘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북녘학생들을 보며 일본학생은 남북분단에 대한 스스로의 무식함이 창피했다고 이야기 했다. 

 

스즈키 나오라는 여학생은 소감을 발표하다가 울먹였는데 나도 코끝이 찡해졌다. 나오가 북녘에서 만난 친구는 군인이 꿈이어서 군인이 되어 평화로운 통일을 이루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나오는 한국 아이돌을 좋아해서 한국 친구들도 꽤 있는데 그 중 군대를 간 친구도 있다고 했다. 군대에 가는 친구들에게 죽지 말고 돌아오라고 농담처럼 이야기 했는데, 자신의 북과 남의 친구들이 서로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평양에서 또래 친구들을 만난 경험은 일본학생들 개개인의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학생들은 북녘의 친구들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희망을 가지고 살겠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직접 보고 온 것을 본인의 언어로 열심히 전달할 것이라고 다짐도 전했다. 평생 이 문제에 관여하며 살고 싶다는 친구도 있었다. 

 

일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은 또래로서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처음 교류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북녘에 가서 대학생들과 맘껏 이야기하고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일본 친구들이 부끄러움을 고백할 때에는 부끄러웠다. 모순적이지만 분단된 한반도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나와 친구들은 분단 상황을 잊고 살기 때문이다. 북녘에 대한 소식은 거의 매일 접하지만 분단 상황에 대해 일본친구들처럼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북 이야기가 연일 매체에서 나오지만 미사일이나 핵에 관련된 뉴스이거나 정형화된 북한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예능 프로그램 정도여서 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저녁에는 주로 대학생들과 뒤풀이 시간에 교류를 했다. 다양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다. 조선학교 학생들, 오키나와 사람들, 대만 학생도 왔다. 사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서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한국 어린이어깨동무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들 반겨주셔서  기쁘고 감사했다. 헤어질 때는 아쉬워서 눈물도 났다. 2박 3일의 일정이 너무 짧아서 다시 도쿄에 와서 친구들을 만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재일 조선인들과의 만남이 인상 깊다. 우리말로 대화를 할 수 있어서 답답하지 않아서 좋았다. 반가운 마음에 으레 외국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인사하듯 한국에 놀러오라는 인사를 했는데, 갈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와서 당황스러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찾지 못해서 잘못된 일이라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조선대학교 학생 보람은 할머니 고향이 제주도인데, 제주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떠나는 날에는 중국 연길 어린이도서관에서 온 조선족 선생님들도 만날 수 있었다. 언어가 통해서인지 우리는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만날 수 없으니 재일 조선인 친구들과 다 같이 연길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면서 속상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일상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안고 돌아왔다. 그럼에도 정답은 어린이그림마당과 대학생교류에서 배운 것처럼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대하고 강한 무엇들이 우리를 만나지 못하게 막고 방해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소소한 일상을 지키며 버틸 수 있는 경험과 자신이 있다. 결국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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